[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6시간 이어진 비상계엄 상황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36조원 가까이 증발했습니다. 다만 우려했던 것보단 낙폭이 크지 않았는데요. 증권업계는 금융당국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과 야당의 신속한 탄핵안 발의 등이 충격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습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1.44% 하락한 2464.00으로 마감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체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은 하루 전보다 29조3265억원 줄어든 2016조9345억원이 됐습니다. 코스닥도 6조4866억원 감소한 337조768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양대 시장을 통틀어 35조8131억원이 날아간 것입니다.
특히 외국인들이 발빠르게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습니다. 이날 외국인은 양시장에서 4227억원 팔아치웠습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3397억원, 287억원을 사들였습니다.
다만 당국과 국회의 신속한 대응이 증시의 낙폭을 줄였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미국 ISM 제조업지수 서프라이즈에 반등이 나왔는데 비상계엄이라는 리스크에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면서도 "간밤 한국 관련 지수들이 크게 하락했다가 낙폭을 일부 회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날 미국 증시에 상장된 MSCI 한국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인 EWY는 장초반 -7.1% 폭락했다가 -1.6%로 하락폭을 크게 줄이며 마감했습니다.
강 연구원은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모든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경제부총리의 발언과 한은의 비정례RP 매입 소식, 국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S&P의 의견도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과거 탄핵 정국에서 탄핵소추안 발의 이후 시장 변동성이 다소 진정됐다는 점에서, 오늘 6개 야당들이 신속하게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한 점도 시장 막판 외국인 수급의 일부 되돌림을 이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가 하락세에도 원달러환율은 0.50% 내린 1410.40원에 마감하며 선방했습니다. 계엄 선포 직후 야간선물시장에서 1440원을 돌파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원엔환율도 0.76% 내린 940.30원에 마감했습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탈이 약해지는 와중에 국내 신인도도 하락해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동반 이탈해 환율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상단을 단기적으로 1450원 수준까지 전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 관점에서 방어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업종별로는 수출 비중이 높은 제조업과 원전, 금융 등 정책 관련 업종 등이 단기적으로 부진하고, 음식료·통신·서비스 등 방어성격이 강한 내수업종과 배당 매력이 높은 종목을 투자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이 26조원 넘게 증발했다.(사진=뉴시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