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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6일 17:5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미래에셋증권(037620)과
NH투자증권(005940)이 올해 상장 철회한 종목을 한 달여 만에 다시 주관한다. 미트박스글로벌과 동방메디컬이다. 두 회사는 지난 11월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상장계획을 취소했다. 통상적으로 상장이 한 번 좌절되면 재도전까지는 적어도 몇개월 이상이 걸리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이 과도한 활황이나 불황이 아니라 적정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데다 예비심사 승인 효력이 유지되는 기간이 맞물렸기 때문에 서둘렀다는 평가다.
한 달여 만에 IPO 재도전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축산물 직거래 온라인 플랫폼 기업 미트박스글로벌은 금융위원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공모 주식수는 100만주로 새해 1월2일부터 8일까지 7일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실시할 예정이다.
앞서 미트박스글로벌은 지난 11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하지만, 당시 기업공개(IPO) 시장의 급격한 위축으로 주문이 저조, 공모 일정을 철회했다. 미트박스글로벌의 한국거래소 예비심사 승인일은 9월12일이다. 관련 규정상 승인 효력 유지 기간이 6개월로 내년 3월까지 상장예비심사 효력이 유지된다.
상장 철회 당시 재상장 도전 시기를 내년 쯤으로 삼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철회 선언 1개월여 만에 재상장에 나섰다. 공모 주식수는 100만주로 변함이 없지만, 희망 공모가 범위는 1만9000원에서 2만3000원으로 조정됐다. 이에 따른 총 공모금액은 190억원~230억원, 공모 후 예상 시가총액은 1056억원~1279억원 수준이다.
앞서 동방메디컬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후 상장일정을 철회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동방메디컬의 수요예측 조사는 오는 1월16일부터 22일까지로 공모가 희망밴드는 9000원에서 1만500원으로 동일하지만 주 물량을 340만1029주에서 300만주로 줄였다. 이에 공모 규모는 270억원에서 315억원이 될 전망이다.
NH와 미래에셋, 안정적 딜 주관 전략
이번 미트박스글로벌과 동방메디컬의 IPO 대표 주관사는 각각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이다. 국내 IPO 주관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양사는 사실 올해 기대치보다는 낮은 수준의 IPO 주관실적을 기록했다.
<IB토마토>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11월까지 IPO주관실적 5924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증권사 순위에서는 11월까지 2위에 해당하지만 주로 중소형주 중심의 실적을 쌓아 ‘대어급’ 주관에는 다소 밀린 아쉬움이 남는다.
NH투자증권의 경우 11월까지 4586억원으로 4위를 기록 중이다. 시프트업과 더본코리아 등 주요 IPO 주관에 참여했지만 진행에서 경쟁사와 공동 대표 주관이 많았고, 연말 상장을 목표로 진행해 온 케이뱅크의 상장이 지연되면서 시가총액 1조 이상급 중대형 주관은 시프트업에 그쳤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는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모두 올해 주식자본시장(ECM) 전략이 공격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해 서울보증보험 IPO가 한차례 좌절된 것에 이어 대표 주관을 맡은
큐로셀(372320)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 이은 일반 공모청약에서도 흥행에 실패했다.
NH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파두(440110) 사태에서 IPO 실사 중 회사의 매출이 급감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고강도 조사를 받아야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그간 IPO딜 주관에서 다소 공격적인 주관에 나섰던 회사들이 일련의 사태로 딜 주관에서 신중 모드로 전환했다”라며 “상장 이후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성장성보다는 영업이익이나 재무 안정성을 기반으로 기업 발굴에 나섰다”라고 말했다.
"차라리 지금이 낫다"
실제 이번 재도전 기업들의 실적과 재무지표는 그간 문제가 된 기업들과는 달리 비교적 우수한 수준이다.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 올해 IPO 시장에선 기업의 영업이익이나 부채비율 같은 재무 건전성이 핵심지표로 작용했다.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좌), 을지로 미래에셋증권 본사(우) (사진=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미트박스글로벌의 경우 지난 2022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2023년에는 매출 669억원, 영업이익 26억원을 올렸다. 올해는 3분기까지 매출 802억원, 영업이익 22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156.7%로 지난해 176.63% 대비 감소한 반면, 유동비율은 128.87%에서 131.05%로 올라 양호한 흐름을 나타냈다. 동방메디컬도 2021년 기준 매출액 681억원, 영업이익 46억원에 비해 지난해에는 매출 908억원, 영업이익 164억원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부채비율은 83.61%, 차입금의존도는 27.78%로 2022년 업종평균 부채비율 94.35%, 차입금의존도 28.94% 대비 낮다. 유동비율도 154.09%로 같은 기간 35.89%p 증가세를 보였다. IPO 재추진을 서두른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더해 현재 IPO시장이 활황이나 불황이 아닌 평균적인 수준이라 오히려 지금이 적기라는 의견도 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IB토마토>에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승인 효력이 유지 중인 만큼 한 달여 만에 재상장이 이례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라며 “현재 IPO시장은 올해 마지막 공모가 확정이 희망밴드 상단에 공모가가 형성될 정도로 희망적인 상황이라 적기에 IPO에 나선다고 평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