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아듀2024)기대에서 실망으로…'용두사미'된 IPO

상반기 IPO 활황, 하반기 대내외 악재에 '시름'
높아진 금융당국 기준에 첫 상장심사 철회도

입력 : 2024-12-26 오전 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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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최윤석 기자] 2024년 기업공개(IPO) 시장은 '용두사미'가 됐다. 올해 IPO 시장은 우진엔텍(457550)HD현대마린솔루션(443060)과 같은 기대주가 상반기를 달궜다. 하지만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 강화된 금융당국의 평가기준은 여전했고, 증시 불황에 정치적 불안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IPO 시장은 움츠러들었다. 기대를 모았던 케이뱅크는 상장 재도전에 결국 실패했고, 더본코리아는 불황 속에서도 상장에 성공했지만 반짝 흥행에 그쳤다. 이노그리드는 깐깐해진 잣대에 상장을 철회해야 했다.   
 
2024년 최대어 'HD현대마린솔루션'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공모금액 기준 최대 규모IPO 종목은 HD현대마린솔루션이다. 공모금액은 총 7423억원이다. KB증권과 UBS, JP모간 등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고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이 공동 주관사, 대신증권(003540)삼성증권(016360)이 인수사로 나섰다.
 
(사진=HD현대마린솔루션)
 
지난 5월8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HD현대마린솔루션즈는 증거금으로만 25조1014억원이 모이며 흥행을 예고했다. 2023년말부터 이어진 조선업 관련 호재 덕분이다. 슈퍼사이클에 돌입한 업황과 더불어 선박 수리 및 개조 업체로서 선박환경규제 관련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대표 주관사인 KB증권은 해당 IPO로 인수수수료만 17억원이 넘는 수익을 가져갈 수 있었다. 공동주관사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도 6억원에 가까운 수수료 수익을 기록했고 인수사도 1억4000만원대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한편으론 대어급 IPO에 대한  증권업계의 평가가 엇갈렸다. 4월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주관으로 IPO 실적 1위를 차지했던 KB증권은 7월과 8월 실적이 전무했다. 대형 IPO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인적·물리적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대형과 중형 IPO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케이뱅크, 재도전 '쓴맛'
 
올 하반기에는 케이뱅크 상장 철회가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2022년 한 차례 상장이 좌절된 이후 올해 다시 IPO 도전에 나섰지만 지난 10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고배를 마셨다. 
 
(사진=케이뱅크)
 
기업 가치 고평가 논란과 예수금에서 비트코인 거래소인 업비트 의존도가 걸림돌이 됐다. 대표 주관사인 KB증권이 설정한 케이뱅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카카오뱅크(323410)의 1.67배 보다 높은 2.56배다. KB증권은 PBR가 높은 일본 SBI스미신넷뱅크, 미국 뱅코프(Bancorp)를 비교 기업에 추가해 평균 PBR를 높였으나 통하지 않았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예수금 비중이 큰 점도 정치권에서 문제로 삼았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상반기 기준 자금조달 총액 23조원 중 21조원이 예수금으로 드러났다. 이중 4조원이 업비트의 예치금으로 전체 자금조달에서 17.3%나 차지했다.
 
이 의원은 "일반 은행에서 이 정도로 특정 기업 자금이 집중된 경우는 사실상 본 적이 없다"라며 "케이뱅크가 올해 상반기에만 854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는데 업비트에 이자 비용만으로 연간 약 867억원을 부담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케이뱅크는 상장 일정을 미뤄 새해 2월 말 이전에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효력이 2월28일까지만 유지되기 때문이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다시금 활황기에 접어들자 재도전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불황 이겨낸 '더본코리아'…결과는 '반짝 흥행'
 
올해 IPO 시장에서 최대 이슈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인 더본코리아다. 각종 예능에서 활약하고 있는 백종원 대표가 오너라는 이유로 상장 계획을 밝힌 순간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5월29일 상장 예비심사 신고서를 제출했다. 통상적으로 제출 이후 45영업일 이내 상장을 위한 심사 위원회가 개최돼야 했지만 일정이 미뤄졌다. 상장 계획이 알려지면서 불거진 ‘연돈볼카츠’ 일부 점주와의 갈등 때문이었다.
 
연돈볼카츠 점주들은 지난 6월24일 더본코리아를 가맹사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들은 더본코리아 프랜차이즈 가입 시 구두 매출과 수익이 가맹사업법이 금지하는 허위·과장 정보 제공 행위라고 주장해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더본코리아의 가맹사업법 등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고, 백 대표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사진=넷플릭스)
 
우여곡절 끝에 더본코리아는 8월30일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법적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우려가 증시 불황과 맞물리면서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우려 속에 OTT 넷플릭스가 공개한 ‘흑백요리사’가 이른 바 대박이 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지난 9월부터 10월 초순까지 방영된 해당 작품은 요리 전문가로서 백 대표를 부각시켰고 더본코리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놓았다.
 
더본코리아는 10월24일까지 진행된 수요예측 조사에서 희망공모가(2만3000~2만8000원)를 뛰어넘는 3만4000원에 공모가를 확정 지었다. 이어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도 772.80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성공적인 IPO를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상장 이후 주가는 지속적으로 우하향하면서 공모가를 밑도는 23일 기준 3만원 초반대에서 거래 중이다. 결과적으로 유명세에 의존한 반짝 흥행이었던 셈이다.
 
높아진 평가기준…이노그리드 상장 철회
 
지난 2023년 말 발발한 ‘파두 사태’ 이후 IPO에 대한 금융당국의 잣대는 높아졌다.특히 올해 한국거래소는 사상 처음으로 상장 예비심사 효력을 무효화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해당 종목은 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한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기업 '이노그리드'다.
 
(사진=이노그리드)
 
6월19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이노그리드의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승인 결과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노그리드는 한국거래소의 효력 불인정 결정에 따라 상장 계획이 취소됨은 물론 향후 1년 이내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없게 됐다.
 
심사 취소 이유는 제출한 신고서 상 최대주주 지위분쟁 관련 사항을 심사 당시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섯차례에 걸친 증권신고서 정정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제출 초기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사항을 기재하지 않은 점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이에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상장 주관사로서 더 꼼꼼히 실사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규 상장 수익률 '1위 우진엔택', '꼴등 삼현'
 
올해 신규 상장 종목 중 공모가 대비 수익률 1위는 우진엔텍(457550)이 차지할 전망이다. 20일 종가 기준 우진엔텍의 수익률은 163.4%다. 우진엔텍은 올해 첫 상장 종목이다. 원전  대표 주관사는 KB증권이다. 
 
(사진=한국거래소)
 
뒤를 이어 미래에셋증권(037620)이 주관한 전진건설로봇(079900)산일전기(062040)가 각각 131.2%, 101.4%로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은 IPO명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IPO 주관실적에서는 올해 3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신중한 기업 발굴로 수익률을 끌어올리면서 부진을 만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 최하위는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한 삼현(437730)이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20일 기준 –79.8%다. 삼현은 지난 3월21일 상장 이후 줄곧 우하향하는 주가 흐름을 보였다. 다만 지난 12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한화투자증권(003530)이 올해 유일하게 주관한 이에이트(418620)는 삼현에 이어 수익률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이에이트는 시뮬레이션 기술 기반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도전, 연내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노렸다. 하지만 올해 세종 스마트시티 사업이 지연되면서 3분기까지 적자를 내며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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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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