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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13일 16:4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2019년 일본의 기습적인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는 국내 산업계에 '기술 종속'이라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로부터 7년, 불가능해 보였던 소재 국산화라는 숙제의 해답이 세종시 한 벌판에서 들려왔다. JK머트리얼즈(JKM)가 일본이 독점하던 포토레지스트(PR) 핵심 원료 국산화에 성공하며, 반도체 소재 강국의 꿈을 키우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
5400평 세종캠퍼스…4년 연구의 결실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 산단길 21-33. 1만 7800여㎡(약 5400평) 대지에 들어선 8개 동 규모의 JK머트리얼즈 세종캠퍼스는 고요함 속에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이곳은 JK머트리얼즈가 반도체 소재 산업 진출을 선언한 지 4년 만에 일궈낸 집념의 산물이다. 회사는 본사인 기흥캠퍼스를 연구소로 전환하고 연구개발(R&D)에 매진해왔다. 수백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K-소재'라는 결실을 만들어냈다.
JK머트리얼즈 세종캠퍼스 준공식 현장 (사진=IB토마토)
물론 시작은 쉽지 않았다. 김경준 JK머트리얼즈 이사회 의장은 "당시 주변의 만류도 적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럼에도 반도체 소재가 회사의 도약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했다. 지속된 연구와 투자는 AI시대에 맞춰 지난해부터 도약의 발판이 됐다.
김 의장은 "준비는 끝났다"며 시장 진출 의지를 밝혔다. 그는 "JK머트리얼즈는 HBM 공정에 들어가는 핵심 절연막 소재 개발을 완료했으며 현재 대형 고객사에 공급해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AI 운용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약 50조원 규모 수출을 기록한 데 이어 2030년에는 20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주요 메모리 기업들도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
JK머트리얼즈 세종캠퍼스(사진=IB토마토)
JK머트리얼즈가 주목한 분야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 핵심 소재다. 해외 수입 의존가 높은 광산발산제(PAG), 가교제(Crosslinker), 고분자 화합물(Polymer)을 독자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위해 전체 구성원의 60% 이상을 R&D 인력으로 채웠다. 개발 인력 절반 이상은 20년 이상 경력을 지닌 베테랑 엔지니어다.
연구 과정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성과가 나타났다. 일본 기업들이 독점해온 Foldable OLED용 TPF 보호필름과 FOCA 필름을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개발해 양산에도 성공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전략도 진행 중이다. 반도체 자립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에 필요한 멀티패터닝(Multi-Patterning) 공정용 하드마스크 소재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HBM용 고성능 폴리머 개발 역시 완료해 중국 대형 고객사를 대상으로 공급 절차를 진행 중이다.
김 의장은 "세종캠퍼스는 JK머트리얼즈가 그간 준비해온 계획을 본격적인 양산 체계를 통해 구체화하는 도약의 시작"이라며 "고객사가 원하는 성능을 조기에 생산과 구현을 해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1조분의 1 오차도 허용 안 돼"…반도체 소재 생산 현장
세종캠퍼스의 심장부인 모니터링 센터에 들어서자 적막함 가운데 모니터 속 데이터들만이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곳에선 단 1조 분의 1(1ppt)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세종캠퍼스를 진두지휘하는 이수진 JK머트리얼즈 전무는 "반도체 소재는 아주 미세한 불순물만으로도 수율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JK머트리얼즈 세종캠퍼스 모니터링 룸 (사진=IB토마토)
TV에서나 보던 방진복을 갖춰 입고 난생 처음 클린룸에 들어섰다. 생경한 경험도 잠시, 기묘한 노란불이 켜진 설비로 이동했다. 빛에 민감한 포토 공정 소재의 변성을 막기 위해 특정 파장 이하 빛을 차단했기 때문이라고 이 전무는 설명했다.
JK머트리얼즈 반응기 설비 (사진=IB토마토)
설비 정체는 화학물질을 다루는 반응기다. 고온·고압 조건에서 합성, 분해, 승화, 추출 등 다양한 반응을 수행하는 핵심 설비다. 여기서 합성된 소재는 고체와 액체를 분리한 뒤 건조 공정을 거쳐 제품으로 완성된다.
이 전무는 공장 내부를 공정 간 교차 오염을 최소화하는 구조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반응기와 건조 설비를 별도 공간에 배치하고 제품별로 건조실을 분리해 오염 가능성을 낮췄다는 것이다.
오염 방지를 위해 반응기마다 전용 고정 배관도 설치했다. 일부 업체가 비용 문제로 하나의 배관을 여러 반응기에 연결하는 방식과 달리 오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별도 설비를 구축했다. 이 같은 공정 분리 설계가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요소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는 "일반 화학 공장은 반응기나 건조기를 밀집 설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교차 오염이 발생하면 제품 순도를 높이기 어렵다"라며 "반도체 소재는 1조분의 1의 오차도 치명적이기에 설계 단계에서부터 안전에 공을 들였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독점 깬 소재…샘플 테스트 '자신'
세종캠퍼스 생산의 핵심인 폴리머 제조동은 모노머 제조동과 플랜트에서 떨어져 있다. 폴리머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진이 모노머 공정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다.
세종캠퍼스 주력 생상품은 반도체 패터닝 재료 전반이다. 포토레지스트용 폴리머, 감광재와 가교제 같은 감광성 재료, 감광성(PS)폴리이미드(PI), 폴리벤조옥사졸(PBO) 폴리머 등이다.
이수진 JK머트리얼즈 세종캠퍼스 담당 전무가 설비 공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IB토마토)
이들 제품은 반도체 소재 국산화의 핵심이다. 일부 업체에서 포토레지스트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원재료는 여전히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JK머트리얼즈가 생산하는 제품은 포토레지스트를 배합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 원재료다. 반도체 공정에서 포토레지스트는 빛이 닿은 부분이 화학적으로 변하는 특성을 이용해 회로 패턴을 형성한다. 이때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빛을 받으면 '산(acid)'을 발생시키는 고분자 재료다.
이 전무는 "반도체 공정에서 포토레지스트는 빛이 닿은 부분이 화학적으로 변하는 특성을 이용해 회로 패턴을 형성한다"라며 "이때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빛을 받으면 산(acid)을 발생시키는 고분자 재료"라고 소했다.
JK머트리얼즈는 초순수(DIW) 생산을 위한 정제 시스템도 갖췄다. 시간당 7.5톤 규모의 초순수를 자체 공급한다. 여기에 유도결합 질량분석기(ICP-MS/MS)를 도입해 ppt(1조분의 1) 단위로 금속 불순물을 검출해낸다.
이 전무는 "자체 실험결과, 일본 경쟁사과 비교해 동률 또는 그 이상의 성능을 나타냈다"라며 "현재 고객사에 샘플을 보낸 상태로 테스트 통과를 자신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JK머트리얼즈는 2030년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6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OLED 필름 소재로 매출 기반을 확보한 뒤 반도체 소재와 HBM 패키징 소재 시장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세종특별자치시=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