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나의 꿈은 대통령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대통령이 될래요"

입력 : 2025-01-07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자 봐봐~" 초등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둔 딸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두툼한 책자 한권을 건넸다. 배시시 한 표정, 뽀얀 손으로 책머리를 톡톡. 읽어보라는 뜻이다.
 
스퀴시북? 스타일북? 그림책? 같기도 한 낱권들의 제본 한권엔 2학년 교과과정 동안 담아낸 아이의 성장기가 담겼다. 그림부터 수학, 언어 영역, 친구들의 롤링페이퍼 등 다채로운 내용들로 꾸며진 딸아이의 성장 스토리.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여서인지 금세 피로감이 몰려왔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늘 칭찬해야하는 게 아빠의 도리이자, 본분(?) 아니겠는가. 
 
육아법 유명세의 오 선생이 말씀하시길, 자신감 넘치는 아이로 키우는 데는 아이의 자존감 향상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야~' '우와~'하며 전성 감탄사, 감정 감탄사 등 감탄사란 감탄사를 몽땅 끌어올린 언어 품사로 칭찬일색을 시전.
 
'아빤 여자의 마음을 모른다'며 가끔 초춘기 증상을 보이기에 포용적 피드백 기량만은 강철부대 뺨쳐야한다. 그래 오늘도 따님과의 플러팅 썩세스했네~라며 안유해보지만 딸아이가 건넨 성장 스토리는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 한 재미가 있는 게 사실이다.
 
 
초등학교 2학년 성장기 이야기 중 장례 희망이 적혀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그 중 서로 잊지 말라는 의미로 같은 반 친구들이 써내려간 소개 글엔 '화가' '게이머' '선생님' 등 각자 희망하는 꿈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까까머리 어린 시절 물음들을 회상하면 수시로 달라지던 소실적의 '나의 꿈'을 기억한다. 비록 나이를 먹어갈수록 사라지는 꿈이지만, 꾸러기 녀석들에겐 '대통령이요~~'는 꼭 한번쯤 등장하던 장례 희망 최고봉이었다.
 
예전 같으면 '고놈 참 똘똘하니 크게 될 놈이네'라며 무릎을 탁치겠다만 요즘 시대엔 집안 망할 일 있냐며 손사래 치는 전근대적 꿈이 됐다.
 
인류사의 변천은 원시·고대·봉건사회로부터 근대 자본주의사회로 이행해 가는 역사적 전개과정을 겪었건만 언제 어디서나 망국의 공통분모는 '권력'에서 비롯됐다.
 
쌍팔년도 무한경쟁의 틀 속에 갇혀 쳇바퀴 삶을 강요당한 세대들은 남보다 더 많이, 더 높은 곳을 향해야하는 꿈이 행복의 척도였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큰 권력을 움켜줘야만 '행복'하다는 환상에 사로잡힌 '착각'을 말이다.
 
더욱이 국가 권력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을 의미한다. 그 힘은 작동상태에 따라 달려 있다. 민생에 힘을 쏟으면 살기 좋을 것이요. 세력을 아울러 자칫 기득의 카르텔로 빠진다면 못된 권력을 행사할 것이다.
 
"망할 것들! 권력이나 쥐었다고 자리에 들면 못된 일만 꾸몄다가 아침 밝기가 무섭게 해치우고 마는 이 악당들아… 나 야훼가 선언한다. 나 이제 이런 자들에게 재앙을 내리리라. 거기에서 빠져나갈 생각을 말라. 머리를 들고 다니지도 못하리라. 재앙이 내릴 때가 가까웠다."
 
이는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에 담긴 공동번역 구약성서 중 한 구절로 불의한 권력을 향한 외침이다. 불의한 권력에 성서는 준엄한 경고를 내리 듯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초들 때문에 망하는 나라는 없다. 국민 주권을 외면한 권력 사유화, 정치 사법화는 더는 외면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일인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 차벽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불평등과 불의를 낳는 악의 권력은 부조화를 품고 국민행복지수의 본질을 약화시킨다. 이는 민주주의 안정과 발전에 큰 위협으로 대한민국의 위기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용궁에 꼭꼭 숨은 이무기의 행태를 보고 있으면 법은 과연 누구의 편인가. 법과 정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조선의 법과 정의를 담아낸 다산 정약용의 <흠흠신서> 서문을 보면, '흠흠'이라 한 것은 삼가고 삼가는 일이야말로 형벌을 다스리는 근본이라 했다.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구제에 기초하는 등 실용적인 지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울러 법은 흔들림이 없어야한다는 사법제도의 공정성에도 직면한다. 사법, 입법, 행정의 권력 분립이 제도화되지 않은 조선시대에는 관찰사가 곧 법관이었고 법과 원칙의 엄격한 준수가 왜 필요한가를 말해준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 11조 제1항의 첫 문장이다. 법 앞에 누구든지 차별받지 않고 사회적 특수계급을 인정하지 않으며 어떠한 특권도 누릴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평등이라는 관념은 허구라는 것이 영장 집행 거부 과정에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법 앞엔 누구도 예외가 없거늘 법치주의 국가의 사법시스템 위에 군림하는 괴물이 된 걸까. 
 
법이라는 규율에서 자유와 사회적 안정을 누리는 것이 법치주의의 근간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성역에서 법을 비웃고 궤변만 늘어놓고 있으니 공권력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고 있다.
 
헌법질서와 법치주의를 파괴한 후안무치는 현 경제 위기와 사회 혼란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꿈도 앗아간 국민의 원수(怨讐)가 됐다.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 촉구 긴급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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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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