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고율의 관세 부과가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생산 차종을 늘리는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국내에선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며 트럼프 시대의 위기를 정면 돌파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앨라배마 제조 공장 모습(사진=현대차)
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에서 현대와 기아차의 하이브리드차(HEV) 및 전기차(EV) 등 친환경차의 생산 라인을 확대합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공장의 생산 라인을 늘리는 이유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대비하기 위해서 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수입되는 차에 보편 관세(10~20%)부과를 공언한 상황입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 절반 가까이를 국내 공장에서 들여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현지 공장 친환경차 생산 라인 확대는 보편 관세의 위험을 어느 정도 회피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제철소 건설을 검토합니다. 미국 현지 제철소에서 생산한 자동차용 강판을 인근 조지아주 현대차와 기아 공장 등에 공급한다는 계획입니다.
현대제철이 미국에 제철소를 건설할 경우 미국 현지에서 '쇳물'부터 '완성차'까지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가 가능한데요. 업계에서는 아직 연간 생산량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투자 액수를 고려하면 수백만 톤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아마존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등 현지에 녹아드는 전략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 자동차 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는)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에 있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크다"며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측면에서 선제적 조치라 판단할 수 있다"고 평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올해 투자 규모를 역대 최대로 늘려, 트럼프 2기 리스크·대내외경제 불확실성 등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올해 국내에 24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해 투자 금액인 20조4000억 보다 19% 늘어난 금액으로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에 역대 최대 규모 투자 단행 배경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그룹 신년회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