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이명신 인턴기자] 전선류·변압기·차단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포함한 ‘그리드(전력기자재)’ 산업의 지난해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력기자재 업체들은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데요. 정부도 그리드산업을 차세대 수출동력으로 보고 지원을 약속하면서 산업 전반 훈풍 기대감이 불고 있습니다.
LS일렉트릭 청주 스마트공장. (사진=LS일렉트릭).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기자재 9개 품목의 수출액은 2년 연속 100억달러를 넘겼습니다. 2023년 수출액 104억5000만달러에 이어 지난해 115억6000만달러(약 16조8500억)를 달성한 건데요. 전력기자재 수출액은 2021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했습니다.
전력기자재 수출액이 늘어난 것은 AI 데이터센터와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의 수요 증가가 가파릅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00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올해 800억달러 규모의 AI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전력기자재 업체들은 미국 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AI 개발사 xAI의 테네시주 멤피스 데이터센터에 배전반 부품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이외에 MS 등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 3곳과도 배전반 부품 납품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7월 미국 앨라배마주 현지 공장 증축을 마쳤습니다. 효성중공업도 2026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 증설을 진행 중입니다. 수요가 많고, 현지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미국이 보편 관세를 시행하더라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데이터센터 확대로 ESS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도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가동률이 낮은 전기차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는 등 생산라인을 늘릴 예정입니다. 삼성SDI는 최근 CES2025에서 안정성을 향상시킨 컨테이너식 ESS ‘SBB 1.5’를 선보였습니다.
정부도 지원에 나섰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민관협력 ‘K-그리드 수출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는데요. 이와 더불어 K-그리드 글로벌 진출 전략을 발표하면서 맞춤형 무역금융과 신속인증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수요 증가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진출할 기회가 열렸고, 당분간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외에서 생산능력을 확장해서 미국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라 전했습니다.
배덕훈 기자·이명신 인턴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