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3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유통가에 불어온 경기침체 한파가 끝나지 않고 있다. 신용평가사와 전문가들은 민간소비 성장률이 2026년까지 2%미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소비심리 위축과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지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이에 유통 기업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거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IB토마토>에서는 유통기업들의 밸류업 가능성과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제주항공(089590) 무안 참사 이후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까지 재조명되면서
AK홀딩스(006840)의 기업가치 제고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순수지주사인 AK홀딩스는 자회사 실적 개선이 필수적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자회사인
애경산업(018250)의 화장품과 생활용품 등에 대한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불매운동은 사회적인 공분이 소비자에게로 전가될 경우 가속도가 붙는다는 특성이 있어 운동이 본격화될 경우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참사 후 한 달 지났지만 불매운동 여파 '여전'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도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 등은 서울 마포구 애경산업 본사 앞에서 ‘제주항공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참사 일으킨 애경산업 책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당 시민단체는 "제주항공은 애경산업 계열사이고 애경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주범 기업"이라고 지적하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불매운동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히 "지난 10여년 동안 애경산업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구구절절 변명과 거짓주장을 펼치며 책임을 부정하거나 회피해 왔다"라며 제주항공 참사에서도 책임을 다할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들은 가습기살균제와 마찬가지로 "애경그룹이 제주항공 희생자 피해 배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조류충돌이 원인이다 → 무안공항의 시설물이 원인이다 → 기체결함이다 → 조종사 실수다 → 유족들의 배보상 요구액수가 너무 많다와 같은 주장을 펼치며 차일피일 배보상을 미루다 법적 소송을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지난 12월26일 가습기메이트를 만든 SK·애경·이마트 임직원들의 형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이 같은 사회적 공분은 소비자들에게로도 번지고 있다. 실제로 SNS에서는 애경그룹 계열사 브랜드 리스트와 함께 제주항공 소유주인 애경그룹 브랜드를 불매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참사 이후 제주항공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면서 한때 비행기 취소율이 높아지기도 했다. 지난 12월29일부터 30일 오후 1시까지 약 6만8000여건의 항공권 취소가 발생했으며, 이 중 대부분은 참사가 발생한 29일 오전 9시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뷰티·항공 매출 비중 전체의 절반 규모
제주항공 등 항공운송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3년 연간 매출액에서 제주항공과 애경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8.48%, 14.93%를 기록했다. 각 부문을 단순 합산하면 전체 매출에서 절반 이상인 53.41%에 달한다.
매출 부문으로만 보면 화학 부문이 40.04%로 소폭 높았지만, 이익기여도로 보면 차이가 확대된다. 2023년 연결 기준 AK홀딩스의 영업이익은 2791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60.84%에 달하는 1698억원이 제주항공에서 발생했다. 화학 부문(영업이익 451) 이익기여도는 16.16%로 생활뷰티 부문 이익기여도(영업이익 619억원) 22.18% 보다도 낮게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도 제주항공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과 이익기여도는 각각 43.05%, 68.18%로 확대됐다. 이는 직전연도 동기 매출비중 37.37%, 이익기여도 62.97% 대비로도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제주항공이 7C2216편 사고 이후 운항량을 10~15%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가동률 하락과 정비비 증가, 브랜드 가치 훼손 여파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KB증권은 이 같은 여파가 올해 1분기부터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력 사업인 제주항공의 실적 약화가 예상되면서 AK홀딩스의 재무부담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AK홀딩스의 재무부담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백화점 사업 부문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지난 1월13일에도 자회사 AK플라자 운영자금 명목으로 1000억원을 대여해준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AK홀딩스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296.6%, 47.7%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023년 말 310.7% 대비 줄었지만,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말(46.0%) 대비 약 1.7%포인트 늘었다.
다만, 업체 측은 이번 자금조달은 AK플라자 분당점을 재인수하기 위한 건으로써 향후 추가 차입금 조달에 대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과 관련해서는 AK홀딩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취소율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고 유입률이 돌아오고 있기 때문에 정상화되어 가는 중이라고 본다"라며 "유가족이나 희생자분들에 대한 대응과 아직 사고 원인에 대한 최종 결과가 남아있지만, 임차 항공기는 기체보험과 책임보험에 가입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