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곳곳에…내란 막은 시민들 활약 빛났다

계엄군 국회 출입 제지 위해 버스 밑으로 들어가기도
"시민들 저항으로 국회 봉쇄·체포조 진입 어려워졌다"

입력 : 2025-02-03 오후 9:22:02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씨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경찰들이 국회의원, 의원 보좌진, 취재진,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씨의 공소장 곳곳에는 지난해 12·3 내란 사태를 막은 시민들의 활약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시민들의 저항으로 계엄군의 국회 진입은 최대한 봉쇄됐고, 국군방첩사령부 소속 체포조의 활동도 제지할 수 있었습니다.
 
3일 101페이지 분량의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비상계엄의 실패 이유에 대해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을 주도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우선 체포하도록 다시 지시했으나, 국회 주변에 모인 시민들과 국회 직원들로 인해 편성된 체포조가 국회 안으로 진입하지 못한 채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되는 바람에 실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후인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10분쯤 특수임무대대 지역대장은 14명의 선발대와 함께 걸어서 국회 1문으로 이동했으나 그곳에 있던 시민들로부터 국회 1문 출입을 제지당했습니다. 이어 오후 11시19분쯤엔 국회 1문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던 특수임무대대 제1중대장이 국회로 들어오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특수임무대대 선발대가 타고 있던 중형버스 앞을 가로막거나 버스 밑으로 들어가는 시민들의 저항에 국회로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4일 오전 1시15분쯤엔 국회로 출동한 국군방첩사령부 소속 체포조 조장들에게 국회 앞 수소충전소로 가서 지원 나온 경찰관들을 만나 체포 임무를 수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지만, 국회 주변에 모인 시민들로 인해 차량에서 내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국회 인근 수소충전소에서 대기 중이던 국가수사본부 지원인력은 10명의 경찰관과 합류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들은 오전 1시50분쯤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이외에도 국회 출입문 곳곳을 다수의 시민들이 막으면서 일부 계엄군은 담을 넘어 국회에 진입해야 했습니다. 또 국회 경내로 들어온 시민들의 저항으로 국회 봉쇄 조치가 어렵게 됐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적혀 있습니다.
 
검찰의 윤석열씨 공소장.
 
공소장에선 내란 사태 당시 윤씨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수·단전 지시를 내린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해 12월3일 계엄 심의를 위한 국무회의를 열기 전 이 전 장관에게 '자정에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JTBC, 여론조사꽃 등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하라'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보여줬습니다.
 
검찰은 또 윤씨가 비상계엄 선포 전 병력 동원 규모를 보고받고, 국회와 선관위에 병력 투입을 계획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이어 공소장에 윤씨의 내란 혐의를 입증할 국헌 문란 행위로 '제2수사단 체포조'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도 담았습니다.
 
아울러 검찰은 국회·선관위를 장악하기 위해 군 병력을 투입하고 정치인과 선관위 직원에 대한 체포·감금을 시도하는 등 윤씨가 내린 일련의 지시들을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하는 폭동"으로 규정하며 공소장을 마무리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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