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어긴 KB국민은행 부코핀 지원

요주의 국가 여신한도 늘리면서 이사회 무시

입력 : 2025-02-04 오후 3:16:58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KB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현 KB뱅크)에 유동성 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리스크 심의를 건너뛰는 등 내부 규정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고경영자(CEO)가 해외 진출 등 외형 확대 중심의 과도한 경영목표를 제시하고, 임직원들은 이사회 절차 등 내부 견제장치를 무시하했다고 금융당국은 지적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4일 발표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부코핀 은행에 유동성 지원 결정하면서 국가별 익스포져 한도를 임의로 올려 2000억원을 송금했습니다. 은행들은 국가별 지원 한도를 정하고 있고, 한도를 올릴 땐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국민은행은 송금 당일 아침 이사회에 즉시 송금에 대한 필요성만 보고했고, 이후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어 국가별 익스포져 한도를 임의로 올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코핀은행의 리스크관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당국의 판단입니다. 심지어 국민은행은 익스포져 한도 상향 두 달 전 인도네시아를 '요주의 국가'로 분류해 지원 한도를 축소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관련 사전 설명 및 브리핑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은행은 또한 해외 자회사의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 특수목적회사(SPC)에 부실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자회사인 SPC에 지급보증 6400억원과 한도성 대출 653억원을 제공해 우회적으로 자회사를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로 인해 자회사의 부실채권 위험을 은행이 최종적으로 부담하게 되면서 신용 리스크 및 부실 전이 위험이 동반 상승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주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공고하고 상명하복의 순응적 조직문화가 만연해 내부통제 등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며 "이사회는 M&A 등 중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등 본연의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이 제한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종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