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에어부산(298690) 여객기 화재 당시 객실 승무원이 비상문 개수의 절반인 4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수초 내 비상문을 개방해야 하는 화재 사고에 대응하기엔 인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긴급 탈출시 안전 확보를 위해 승무원 배치 규정을 손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4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8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화재가 난 에어부산 여객기는 177석의 좌석을 갖춘 에어버스의 A321-200 기종으로 비상문이 8개입니다. 하지만 화재 당시 승객들의 탈출을 가장 먼저 돕는 객실 승무원은 비상문의 절반인 4명뿐이었습니다. 승무원 수가 비상문 개수보다 적었기 때문에 승무원들이 동시에 비상문을 열 수 없던 것입니다. 4개의 비상문이 열렸을 것으로 추정 되나, 이마저도 조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입니다. 물론 승무원 4명 배치가 규정 위반은 아닙니다. 운항기술기준은 항공사들이 승객 50명당 1명의 객실 승무원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비상문 개수보다 적은 승무원 수가 비상상황 대응 미흡으로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번 화재의 경우 승무원 부족으로 긴급 탈출이 어려웠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언도 있는 상황입니다. 복수의 승객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연기가 차오르는데도 승무원이 비상구를 열어주지 않았다”며 “결국 승객들이 힘을 합쳐 문을 열고 슬라이드를 펼쳐 탈출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한 바 있습니다.
결국 이번 사고와 같이 긴급 탈출이 승객 안전과 직결될 상황에 맞게 승무원 배치 규정을 조정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승무원이 지금보다 넉넉하게 배치된다면 안전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한 두명 늘릴 필요성은 있다"며 "다만 운항기술기준을 수정할 때는 안전 상관 관계 등을 검토해 면밀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내항공사의 한 승무원은 “안전을 위해서는 운항기술기준에 나와 있는 객실 승무원 배치 규정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는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고, 항공사도 승무원 수 확대에 비용을 투입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3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승무원 부족으로 기내 돌발 상황을 적기에 대응하지 못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2023년 5월30대 한 남성이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대구공항에 착륙하려고 상공 고도 224m에서 시속 260km로 하강하던
아시아나항공(020560) 항공기(A321-200) 비상문을 강제 개방한 사건입니다. 당시 객실 승무원은 해당 남성을 저지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아시아나 측은 사고가 발생한 항공기의 경우 탑승 승무원 수(4명)에 비해 비상문(8개)이 더 많아 기민하게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해당 항공기는 에어부산 화재 여객기와 동일한 기종입니다.
한편, 전날 화재 여객기에 대한 합동 감식을 통해 확보된 증거물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시설 등으로 옮겨져 정밀 감식에 들어갔으며, 분석에만 한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