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세레스가 표면에서 수증기를 내뿜는 모습을 담은 그림. 유럽 우주국의 과학자들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 세레스에서 수증기의 증거가 포착됐다고 네이처지에 발표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근지구천체연구센터와 유럽우주국(ESA)의 근지구천체관측센터는 최근 소행성 2024 YR4과의 2032년 충돌 가능성을 경고하고, 잠재적 피해 정도를 토리노 스케일 3로 지정했습니다.
ATLAS 망원경은 소행성이나 혜성처럼 지구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천체들을 탐지하는 목적으로 운용됩니다. 이 망원경의 원래 이름은 소행성 지상 충돌 최후경보 시스템(Asteroid Terrestrial-impact Last Alert System)입니다. 이 망원경은 하와이와 칠레 그리고 남아공 등에 설치돼 지구를 둘러싼 우주에서 이동하는 소행성과 혜성을 관찰합니다.
지난해 12월 24일 과학자들은 칠레 세로 톨롤로(Cerro Tololo) 천문대에 설치된 ATLAS 망원경을 통해 지구에 접근하는 최대 지름 90m의 소행성을 발견하고 2024 YR4로 명명했습니다.
지난해 말 칠레 ATLAS, 2024 YR4 소행성 발견
이 소행성은 토리노 스케일 3에 해당합니다. 토리노 스케일은 1999년 이탈리아의 토리노에서 열린 국제 학술대회에서 나온 것으로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과 그 충돌이 가져올 잠재적 피해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척도입니다.
토리노 스케일은 0에서 10까지 등급이 정해져 있는데 0~1은 지구에 미칠 위험성이 거의 없고 2~4는 가능성은 작지만,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5~7은 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고 큰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이며 8~10은 충돌이 확정적이고 소행성이나 혜성의 크기에 따라 광범위한 지역, 혹은 지구 전체에 재앙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파멸적인 단계입니다.
NASA의 근지구천체연구센터(CNEOS)는 소행성 2024 YR4가 2032년 12월 22일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1% 이상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런 분석 결과는 소행성의 움직임과 추가적인 관측 결과에 따라 날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NASA는 CNEOS의 분석을 세계 각국의 천문대, 우주 연구기관이 협력해 지구 근처를 지나거나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천체, 즉 소행성 및 혜성에 대한 정보를 감시하고 경고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 소행성 경고 네트워크(IAWN)에 알렸습니다. 이 소행성의 충돌 확률이 1%에 이르자 IAWN은 공식적으로 잠재적 충돌 경고를 발령했습니다.
지구에서 4500만 km까지 접근
소행성 2024 YR4는 지난해 12월 25일 지구에 4500만 km까지 접근해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이 소행성의 크기는 지름이 40~90미터로 추정되는데 더 정밀한 측정을 위해서는 열적외선이나 레이더, 혹은 소행성에 더 근접할 수 있는 우주에서 관측이 필요합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충돌 모니터링 시스템, ‘파수꾼(Sentry)’은 2024 YR4가 2032년 12월 22일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초기 궤도는 근사치로만 계산될 수 있어서 예측 불확실성이 매우 높았으나, 이후 관측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궤도의 불확실한 영역이 줄어들어 올해 1월 27일에는 통상적인 수준의 근접 통과 임계점인 1퍼센트를 넘어섰습니다.
2024 YR4는 2월 초 현재 토리노 스케일 3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토리노 스케일이 적용된 1999년 이후 지금까지 2024 YR4를 제외하곤 3으로 평가된 소행성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토리노 스케일 3은 충돌 확률이 1% 이상인 20미터(65피트) 이상 크기의 소행성에만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크기의 소행성에서 1% 이상의 충돌 확률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더 작은 천체는 더 높은 충돌 확률을 가질 수 있지만, 그들은 항상 토리노 스케일에서 0으로 평가됩니다. 작은 소행성들은 대기 중에서 타버려서 지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아주 미미한 피해만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토리노 스케일 3에 해당하는 소행성 극히 드물어
그동안 몇몇 소행성들이 토리노 스케일 1에 도달한 적이 있지만, 이들 모두 시간이 지나면서 궤도 계산의 정밀성이 높아졌고 충돌 위험이 거의 없다는 것으로 밝혀져 토리노 스케일 0으로 분류된 바 있습니다.
소행성 2024 YR4는 1월 31일 기준 지구에서 4800만 km 떨어진 곳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점점 지구에서 멀어져 4월 이후에는 지상에 있는 망원경으로는 관측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3년 뒤인 2028년부터는 태양을 돌아 다시 지구 궤도 쪽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그 소행성의 크기가 아마겟돈을 일으킬 정도로 큰 것은 아니어서 스케일 3으로 분류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아마겟돈’에서는 석유 시추 전문가들을 소행성에 보내 핵폭탄으로 소행성을 쪼개고 궤도를 바꿔 지구와의 충돌을 막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 아직 소행성과의 충돌을 막을 방법은 실험과 상상 차원에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 위협적인 소행성을 발견한 뒤에 이를 방어할 시간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소행성 2024 YR4는 시속 약 4만 km로 움직입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