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수익 다각화 숙제로

KB금융 비이자 이익 늘릴 때 신한 되레 추락

입력 : 2025-02-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진옥동 회장이 이끄는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가 리딩금융(금융지주 순이익 1위) 탈환에 실패하면서 만년 2위에 고착화한 모습입니다.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 이자이익을 앞세워 은행권 실적 1위를 기록했지만 비은행 부문 부진이 그룹 전체 실적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이자이익 성장이 꺽이는 상황에서 비이자 또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KB와 순익 격차 '역대 최대'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사들이 역대급 작년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리딩금융' 승기는 KB금융(105560)이 쥐었습니다. KB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금융권 최초 5조원을 넘기면서 5600억원 가량의 격차로 신한금융(4조5175억원)을 따돌렸습니다. 신한금융은 지난 2분기 성적으로 KB금융을 앞섰지만 '분기 천하'로 끝나고 3분기, 4분기와 누적 모두 뒤쳐졌습니다.
 
신한금융은 진옥동 회장 취임 첫해인 지난 2023년 리딩금융 자리를 뺏긴 이후 탈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KB금융이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반사이익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습니다. 진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인데요. 임기 마지막해인 올해도 1위 탈환은 어려울 전망입니다. 
 
최근 5년을 보면 지난 2019년 신한금융은 3조4035억원 순이익을 거두며 KB금융(3조3118억원)을 제친 바 있습니다. 당시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성공하면서 2018년에 이어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다음해(2020년) KB금융이 푸르덴셜을 인수하며 1위 자리를 뺏겼습니다. KB금융은 3조4550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신한금융을 간발의 차로 따돌렸습니다.
 
실적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KB금융이 신한금융보다 3910억원 많은 4조410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2년 연속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고, 2022년 신한금융이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4400억원 규모의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대금 등 일회성 요인 덕분입니다. 진 회장이 취임한 2023년에는 KB금융과 순익 격차가 더 벌어지며 1위를 뺐겼습니다. 지난해 순이익 격차는 5600억원으로 역대 최대로 벌어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계열사 별로 살펴보면 두 금융 모두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실적이 전체 실적을 이끌었는데요. 은행 실적만 놓고 보면 신한은행이 KB국민은행을 앞섰습니다. '리딩뱅크' 타이틀은 신한이, '리딩금융' 타이틀은 KB가 차지하는 셈입니다.
 
비은행 기여도 25%로 추락
 
신한은행은 지난해 전년 대비 20% 증가한 3조7000억원의 당기순익을 시현했습니다. 반면 KB국민은행 순이익은 3조2520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줄었습니다. 지난해 홍콩 ELS 최대 판매사로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8620억원을 충당부채로 반영한 영향이 컸습니다. 홍콩 ELS 사태에 따른 충당비용을 제외하게 되면 신한은행이 1위 자리를 차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신한은행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 간 실적 차이가 벌어진 이유는 비은행 부문이 열세이기 때문입니다. 포트폴리오를 뜯어보면 신한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KB금융보다 약한 편입니다. KB금융은 카드와 증권,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등의 계열사들이 업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요.
 
지난해 당기순익을 보면 KB손해보험 8395억원, KB증권 5857억원, KB국민카드 4027억원, KB라이프생명 2694억원의 순이익을 냈습니다. 반면 신한금융의 경우 신한카드를 제외하면 신한라이프 정도만 선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비은행 부문 당기순익 기여도를 보면 신한금융은 지난 2021년 42.3%를 기록한 이후 2022년 39.0%, 2023년 35%, 2024년 25.2%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KB금융은 2023년 33%에서 지난해 40%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비은행 부문 강화가 담보되지 않은 이상 올해도 신한금융의 1위 탈환은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올해 연간 순이익은 각각 5조4516억원, 5조335억원으로 추정됩니다. 그간 금융지주 실적 개선을 이끌어 온 이자이익의 증가세가 본격적으로 꺾일 전망인데요. 금리 하락으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고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대출자산 성장도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의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필요성이 커지면서 과거와 같이 비은행 인수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도 힘들어진 환경"이라며 "은행 NIM과 대출성장률 모두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은행 또는 비이자 포트폴리오를 갖추지 않은 금융사는 중장기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등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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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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