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 병원 내 파리가 약물 내성 박테리아 전염

옥스퍼드대 연구팀, 곤충들이 항생제 내성을 가진 감염 옮길 가능성 확인
나이지리아 병원에서 수집된 파리에서 슈퍼박테리아 유전자 존재 확인

입력 : 2025-02-10 오전 11:30:30
항생제 내성 이미지(사진=미국 CDC 산하 항생제 내성 연구소 네트워크)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신약 개발과 대체 항생제 개발 연구기관인 옥스퍼드대 IOI(Ineos Oxford Institute for antimicrobial research)의 연구팀은 침대 사이로 날아다니는 파리가 병원 내 환자들 사이에 약물 내성 세균을 퍼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연구팀은 나이지리아 병원의 집파리가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되는 항생제를 포함한 일부 주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이 내용을 학술지 Environment International 2025년 2월호에 발표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항생제 내성(antibiotic resistance, AR)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데, 해외의 연구에서는 항균제 내성(antimicrobial resistance, AMR)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두 용어의 차이는 그 범위에 있습니다. 항균제 내성(AMR)은 미생물(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이 항생제(항생제, 항바이러스제, 항진균제, 항기생충제)의 작용에 저항하는 능력을 가리키는 광범위한 용어입니다. 항생제 내성(AR)은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되는 박테리아를 구체적으로 지칭하는 항균 내성의 하위 집합입니다. 항생제 내성(AR)은 박테리아가 갖게 된 내성이고, 항균제 내성(AMR)은 박테리아, 기생충, 바이러스, 곰팡이 등 미생물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을 치료하는 약물에 대한 내성을 말합니다. 이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AMR을 우리에게 익숙해진 용어인 항생제 내성이라고 번역했습니다.
 
IOI 연구팀은 나이지리아의 6개 도시, 8개 병원에서 끈끈이 덫을 사용해 1396마리의 파리를 수집해서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파리를 미생물 배양법을 통해 검사하고, 박테리아 분리균의 표현형 및 유전적 특성을 분석하여 임상적으로 중요한 항생제 내성 유전자(ARG)의 운반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모든 병원의 파리에서 분리된 박테리아에서 여러 임상적으로 관련된 ARG가 발견되었습니다. 파리들이 병원 감염의 일반적인 원인인 황색포도상구균을 포함하여 17가지 종류의 박테리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 연구가 파리가 박테리아를 퍼뜨렸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연구진의 설명대로 ‘매우 우려스러운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Chioma Achi 박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파리가 항생제 내성을 전파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파리는 배설물을 먹고 배설물 냄새를 맡습니다"면서 "감염된 파리는 배설물을 통해 감염을 옮기고, 사람들은 병원 표면이나 심지어 사람들이 만지는 음식, 환경에 앉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감염 확산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고 전했습니다.
 
이 연구가 이루어진 나이지리아는 2019년 항생제 내성(AMR) 사망자 수가 26만3400명으로, AMR 사망률 204개국 중 20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지난 2021년 연구에 기반을 둔 것인데, Nature Microbiology 2021년 10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개미, 거미, 파리, 바퀴벌레가 병원 내 약물 내성 감염의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 곤충들이 약물 내성 박테리아를 가지고 있으며, 이 박테리아와 환자의 수술 부위 감염과 병원 표면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연구 대상이 된 절지동물 중 약 20%가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에 사용되는 마지막 항생제인 카바페넴(Carbapenem)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항생제 내성(AMR)은 세균이 그들을 죽이기 위해 고안된 약물 즉 항생제를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할 때 발생합니다. 미국 질병관리청(CDC)은 항생제 내성이 “의료, 수의학, 농업만이 아니라 모든 단계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시급한 공중 보건 문제 중 하나가 되었다.”라고 경고합니다.
 
가디언(Guardian)은 최근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결과를 보도하면서 "항생제 내성으로 2050년까지 39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적인 위협"이라면서 "병원에서 다른 치료를 받는 동안 환자가 감염되는 감염증도 점점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코로나19 펜데믹을 인류가 겪으며 알게 되었듯이, 병원균은 국경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영국의 과학자들이 경고하듯 세계의 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항생제 내성은 전 세계로 퍼질 것입니다. 기온이 1.5°C 상승하면 전 세계 곤충 개체수가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인구 증가의 결과로, 연구자들은 2080년까지 약 50000조 마리의 파리가 카바페넴 내성을 지니게 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 곤충들이 약물 내성 감염을 인간에게 전염시키는 매개체가 되고 결국에는 감염 확산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결국 인류의 건강에 대한 도전이자 위협입니다. 옥스퍼드 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병원 내 및 인근의 개미, 거미, 파리, 바퀴벌레 등의 절지동물이나 해충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합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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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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