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작년 중소기업대출 부문에서 최대 점유율을 기록했던
기업은행(024110)이 고민에 빠졌습니다. 중기대출 확대로 당장 수익은 끌어올렸지만, 연체율이 높아 건전성 리스크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해당 대출 문턱을 높인 상태입니다.
밸류업과 멀어지는 중기대출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1년 새 13조4000억원, 5.7% 증가한 24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중기대출 시장 전체 잔액인 1040조6000억원 가운데 23.65%로, 역대 최대 점유율입니다.
최근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중기대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연체율이 높은데다 지주의 기업 가치 제고 기조에 맞춰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통상 기업대출은 담보와 업종, 변동성 등을 반영해 가계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분류됩니다. 특히 중기대출은 부실이 부각되고 있어 은행들이 작년 꾸준히 보수적으로 취급해왔습니다. 은행별로 KB국민 145조원, 신한 140조6059억원, 하나 134조9700억원, 우리 133조436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기업은행과 비교하면 약 100조원 이상 차이납니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중소기업법상 전체 대출 가운데 중기대출 비중을 70% 이상을 유지해야 합니다. 반면 시중은행은 중기대출에 대한 정책적 근거가 없어 최근 건전성이 비교적 높은 담보 대출 등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다만 기업은행 역시 작년 말 밸류업 공시에서 배당 성향을 40%까지 확대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CET1 12.5% 이상을 제시한 바 있어 건전성 관리가 필요합니다. 작년 말 기준 CET1은 11.33%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입니다.
기업은행의 부실채권 규모가 국내 주요 은행 4곳을 합친 것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은행의 작년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4조1970억원인 반면, 4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 합계는 3조9490억원으로 더 적었습니다.
기업은행의 부실채권이 빠르게 늘어난 건 주 대출 고객인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이 악화한 영향입니다.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연체액은 2023년 1조4863억원에서 작년 2조539억원으로 38.2% 증가했고, 연체율도 같은 기간 0.64%에서 0.83%로 늘었습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년 대비 0.27%p 오른 1.32%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국민 0.32%, 신한 0.24%, 하나 0.29%, 우리 0.23%에 불과했습니다. 고정이하여신은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을 포함하며, 연체 3개월 이상이 된 부실채권을 의미합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기업은행의 임무 자체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위기 극복 지원이라 관련 유동성 공급이 커지고 있다"면서 "중기대출이 커지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건전성을 지키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IBK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1년 새 13조4000억원, 5.7% 증가한 24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각각 KB국민 145조원, 신한 140조6059억원, 하나 134조9700억원, 우리 133조4360억원으로 기업은행과 비교하면 약 100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그래프= 뉴스토마토)
"중기 지원, 본연의 역할 충실"
기업은행의 작년 말 기준 당기순이익은 2조6738억원으로 전년 대비 0.1% 하락하며 4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실적이 뒷걸음질 친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입니다. 기업은행은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2조190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7% 상승하는 등 좋은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중소기업과 소싱공인 지원 확대로 대출자산이 성장하며 실적도 탄력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4분기 환율이 급등하면서 발목이 잡혔습니다. 4분기 순익은 473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0.9%, 전년 동기 대비 -14.9%를 기록하며 고꾸라졌습니다. 지난해 말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환차손이 반영되면서 유가증권관련손익에서 타격을 받은 겁니다.
신보출연료, 신탁보수 등까지 역성장해 4분기 비이자이익 부분에서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나마 중기대출이 성장하면서 감소분을 상쇄해 실적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기업은행이 중기대출 성장으로 실적을 방어하면서도 건전성이 악화되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은 위기상황에 대비해 적립해둔 추가충당금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건전성 관리에 힘쓴다는 입장입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올해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작년 말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도 실행해 나갈 것"이라면서 "기업은행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업은행의 작년 말 기준 당기순이익은 2조6738억원으로 전년 대비 0.1% 하락하며 4년만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사진= 뉴시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