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중동 리스크)②현대ENG, 해외 손실 쇼크…추가 적자 리스크에 '긴장'

사우디서 6.1조 규모 프로젝트 수행…모두 아람코 발주 사업
'아미랄 프로젝트' 보수적 원가 산정…발주처와 협의 원활
대규모 미청구공사서 손실 반영 후 올해 턴어라운드 기대

입력 : 2025-02-18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3일 17:4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수주한 프로젝트에 대해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사우디 등 해외 현장에서 잠재적 리스크를 대규모 손실로 반영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어닝 쇼크 사례에서 촉발된 모습이다. 삼성E&A와 한화 건설부문 등 중동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건설사들도 이 같은 전례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IB토마토>는 주요 건설사들이 수주한 해외 건설 사업의 건전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각 현장의 리스크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수행 중인 중동 프로젝트에 대한 안정성에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인도네시아, 사우디 현장에서 대규모 손실을 일시 반영하며 어닝쇼크를 겪은 바 있기에 해외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주로 수행하는 회사의 추가 손실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려 있는 상황이다.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현대건설 ‘공동수주’ 중동 프로젝트 잔액 4.8조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중동 지역에서 △아미랄 프로젝트 패키지#1(기본도급액 3조3181억원) △사우디 자푸라 프로젝트 패키지-2(1조2215억원) △사우디 자푸라 프로젝트 패키지-2 확장(1조5689억원) 등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이들 3개 프로젝트의 도급액 규모는 총 6조108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계약잔액은 4조8180억원이다.
 
총 도급액 6조5000억원 규모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의 경우 지난 2023년 현대건설(000720)이 수주했고, 착공 전 현대엔지니어링과 공동 수행 방식을 선택했다. 사우디 자푸라 프로젝트 역시 2021년에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동 수주한 이후 2023년에도 2단계 사업을 따낸 바 있다.
 
다만 자푸라 프로젝트의 잠재적 손실이 지난해 4분기 일시 반영되면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막대한 영업손실로 이어졌다. 실제 이 공사에서 양사는 약 2000억원의 손실을 각각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수주·착공한 자푸라 프로젝트 1단계 사업은 올해 8월 준공 예정이다. 도급액 3조3181억원 규모 아미랄 프로젝트 패키지#1도 자푸라 프로젝트와 같은 사우디 아람코가 발주한 프로젝트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034950) 실장은 “자푸라 프로젝트와 관련한 투입 물량이 당초 예상 설계 대비 20% 이상 증가함에 따라 관련 비용이 일시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아미랄 프로젝트와 자푸라 프로젝트 모두 아람코로부터 수주한 공사이지만, 수주 당시 추산 원가에 차이가 있다”면서 “아미랄 프로젝트의 경우 보수적인 원가 계산으로 발주처와의 원활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어 현 시점에서 프로젝트의 손실 가능성은 우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손실 예견된 미청구공사…올해 빅배스 효과 보나
 
지난해 4분기 현대엔지니어링의 대규모 영업손실에 큰 영향을 끼친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RDMP 발릭파판 프로젝트(이하 발릭파판 프로젝트)와 사우디 자푸라 프로젝트 등 2건이다. 발릭파판 프로젝트는 공기 연장에 따른 비용 보상과 관련한 발주처(Persero)와의 협상 난항, 공정 난이도 상승과 공정 순서 조정에 따른 인력 수급 악화 등에 따라 약 8000억원 규모 손실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프로젝트 모두 대규모 미청구공사가 존재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청구공사는 시공사가 발주처에 청구하지 않은 공사대금으로, 해외 프로젝트의 경우 현지 발주처와 협상의 어려움에 따라 미청구공사가 손실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발릭파판 프로젝트의 공정률은 89%, 미청구공사는 1190억원이 기록됐다. 이 프로젝트의 계약 기간은 2018년 12월부터 올해 9월23일까지다. 지난 2023년 말 공정률은 92%였지만, 2024년 3분기 공정률은 89%로 오히려 3%포인트 감소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준공 시점 현실화를 위해선 약 15개월의 계약 연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 자푸라 프로젝트 역시 지난해 3분기 기준 971억원 규모 미청구공사가 존재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젝트에 대한 손실 반영시 ‘공사진행률’을 바탕으로 추산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공기 연장을 염두에 두고 설정한 진행률”이라면서 “기존 추산한 원가 대비 많은 물량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지만, 발주처와의 협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대비해 손실을 선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4분기 현대엔지니어링의 이 같은 손실 반영은 주우정 신임 대표이사 등 경영진의 성과를 염두에 둔 ‘빅배스’(잠재부실 손실인식)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회사의 올해 신규 수주·영업실적 상승효과가 더욱 극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를 6331억원으로 설정했다. 최근 10년 평균 약 5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예년 대비 높은 실적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주 목표 역시 지난해 실적(12조원) 대비 높은 13조1650억원으로 나타났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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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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