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도 틀어쥔 트럼프…북·미 직거래 앞세워 '청구서'

'우크라 종전' 마무리되면 아시아 '타깃'
주한미군 철수 내세워 방위비 인상 압박

입력 : 2025-03-05 오후 5:12:1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트럼프발 안보 청구서'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한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종전 협상을 위한 미·러 대화가 마무리되면 아시아를 다음 타깃으로 잡을 전망입니다. 특히 아시아의 중심엔 한반도가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간 직거래를 통한 강압 외교로 한국에 안보 청구서를 던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국, 군사적으로 많이 도와"…트럼프, 방위비 인상 협상 시동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며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을 군사적으로 도와주고 있다'는 발언은 현재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을 지칭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향후 한·미간 논의 과정에서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의 분담액) 증액과 주한미군 감축·철수 문제 등을 미국 측이 협상 조건으로 내걸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미국이 우방국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전면 중단한 것은 동맹국인 한국 역시 언제든 트럼프식 강압 외교의 타깃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고 여길 경우 당장 미국의 전략 자산 전개를 중단하거나 주한미군까지 손대려 할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이 경우 한국 안보에 대한 위기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향해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시나리오에 대비해 한국 정부는 앞서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와 일찌감치 분담금 협상을 타결했는데요. 오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원으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함에 따라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지속적으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관심을 보였는데요.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 후보자는 같은 날 "중국과 북한이 극적으로 핵무기를 늘리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과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추가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추가 옵션'과 관련해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문제는 인상 규모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소 50억달러(약 7조2500억원)를 100억달러(약 14조5100억원)로 인상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국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액수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2019년 2월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회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미 연합훈련 중단' 고리로…트럼프·김정은 스몰딜 가능성
 
이뿐만이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 향후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가능성을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기 위한 압박 카드로 제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주한미군의 철수를 검토하기도 했는데요. 이번에 또다시 이 문제를 건드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위해 조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비롯해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미군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 청구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집권 당시 전략 자산 한반도 전개 비용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마무리하면 북한과의 핵 협상으로 고개를 돌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탑다운 외교 방식'을 고려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안보 체제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북핵 위협과 관련해 '한국 패싱·북·미 직거래'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에게 "우리가 한·미 연합훈련의 비용 대부분을 지출하고 있다"며 "훈련을 중단할 경우 엄청난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앞세워 김 위원장과의 스몰딜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 문제를 놓고 러시아와 일종의 거래를 하는 것은 (미국 우선주의) 외교 기조의 연장선상"이라며 "그렇게 본다면 한국도 봐줄 가능성은 별로 없다. 방위비 분담금이라든지 조만간 한국에도 청구서가 날아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산업 역량 부분에서 조선업은 우리가 가진 카드"라며 "방산 능력도 우수하기 때문에 이런 카드를 잘 활용해서 우리에게 오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박주용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rukao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주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