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변덕 관세'에…미 경제 '자승자박'

오락가락 관세 전쟁에 '트럼프 세션' 확대…경기 위축 가능성↑
경제성장률 하락 '부메랑'…소비지표 둔화·무역적자 사상 최고

입력 : 2025-03-10 오후 4:11:45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전쟁에 호황기를 누린 미국 경제가 뒷걸음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관세 피로감에 뉴욕 증시가 흔들리고 있고 경제지표들도 곳곳에서 적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물가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미국 경제 대들보인 소비마저 흔들릴 조짐입니다. 불과 한 달 반 전 취임 때만 해도 세계적인 경기 둔화 흐름에도 불구하고 미국만 나 홀로 호황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희망을 공포로 바꿨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정책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셈입니다.
 
트럼프 세션 우려 증폭…금융시장부터 '요동'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2일부터 미국의 모든 무역 상대국에 부과키로 한 상호 관세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는 이날 방영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4월2일에는 모든 것이 상호적이 된다"며 "그들이 우리에게 부과하는 것을 우리도 그들에게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당장 12일부터 시작키로 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도 재확인했습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같은 날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12일부터 시작된다고 말한 겁니다. 그러나 이 역시 예고대로 부과가 될지, 뒤집힐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문제는 관세 불확실성으로 미국이 감내할 경제적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침체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그런 일을 예측하고 싶지 않다"고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황금기를 약속한 트럼프의 자신감과 다르게 미국은 경기 위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당초 트럼프 관세정책은 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더라도 경기에는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요. 
 
하지만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트럼프 세션(트럼프발 경기 침체)'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겁니다. 특히 트럼프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시장에 피로감을 주며 금융시장에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돌연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유예를 결정했던 지난 6일에는 되레 주식시장이 폭락했습니다.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지난해 트럼프 당선 뒤 한동안 급등세를 타던 뉴욕 증시는 트럼프 관세 쇼크로 인해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지난해 대선 당일인 11월5일 5782.76으로 올라섰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7일 5770.20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특히 지난주 S&P500 지수는 3.1% 하락하며 작년 9월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고, 올해 전체로 1.9% 떨어졌습니다. 
 
연준 보고서에 불확실성 '47차례' 언급
 
미 언론과 경제학자들은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트럼프 개인의 결정에 크게 좌우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고 우려합니다. 실제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지역 경제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도 확인됩니다. 지난 5일 연준이 발간한 베이지북에는 '불확실성'이란 단어가 47회나 등장했습니다. 1월 베이지북에 비해 약 3배 많이 언급된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불확실성은 이미 소비자 신뢰를 약화시키고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높였으며 보스턴 연준 연구원들은 트럼프의 초기 관세 제안이 미국 수입 업체의 대응에 따라 핵심 인플레이션에 0.5~0.8% 포인트를 더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또한 관세 전쟁으로 경제성장률 하락이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7%로 낮추고, 12개월 내 경기침체 발생 확률을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모건스탠리' 또한 올해 4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내려 잡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3%에서 1.2%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관세 전쟁이 내년 성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미국의 더 빠르고 광범위한 관세 부과로 인해 올해 성장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입니다. 이는 미국 성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표 하락에서 확인됩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의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0.9% 감소했습니다. 시장 예상치(0.2% 감소)를 크게 밑돌며 6개월 만에 감소한 겁니다. 
 
특히 올 1월의 미국 무역적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1314억달러로 전월 대비 333억달러(34.0%)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무역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이유는 지난 1월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운동 때부터 당선되면 대규모 관세 부과를 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 업체들이 관세 부과로 수입품 가격이 오를 것을 대비해 수입 물량을 늘렸던 것인데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추산해 공개하는 성장률 전망 모델 '국내총생산(GDP) 나우'는 올해 1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전기 대비 연율 환산)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순수출(수출-수입) 전망치가 대폭 내려간 것을 주된 조정 사유로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 확대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천장의 종이 자르기로 인한 죽음'…"경기침체 유발"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접근 방식이 신중한 계획보다는 발표되었다가 지연되는 관세 등으로 특징 지어졌다고 지적합니다. 보수적인 미국 기업 연구소의 경제학자 마이클 R. 스트레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및 이민 정책과 연방 일자리 감축에 대한 그의 번잡한 접근 방식이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기침체를 유발하는 방식으로 조화를 이룰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웰스파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이 브라이슨은 "1000장의 종이로 자르면 사망할 수 있다"며 "이 모든 것들이 개별적으로 경기침체를 일으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지만, 겹겹이 쌓아 올리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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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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