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왕좌싸움)②4사 전략 '대동소이'…"지각변동 어렵다"

편의점업계, 완연한 성장 둔화세 흐름 진입
점포 난립 및 영업익 하락…산업 경쟁력 저하
신성장 동력 발굴 절실하지만…"전략 차별점 없어"

입력 : 2025-03-12 오후 4:41:18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수년간 오프라인 유통의 중심 채널로 급부상한 편의점업계가 최근 들어 다소 주춤한 모습입니다. 그간 편의점 산업이 급상승한 것은 특유의 뛰어난 소비 접근성과 소규모 쇼핑 트렌드 확산에 따른 측면도 있지만, 업계가 경쟁에 따른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통해 전체 파이 자체를 무리하게 늘린 점도 부인하기 어려운데요.
 
이 같은 편의점 산업의 광폭 행보도 조금씩 꺾일 기미를 보이면서, 국내 편의점 업체들 입장에서는 선제적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업계가 기존의 출점 전략 및 마케팅 방식을 강화하는 수준에 그친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있어, 불황기 난관 타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인데요. 무엇보다 하위권 업체들의 경우 혁신적인 콘텐츠 발굴에 나서지 못한다면, 현재 고착화한 순위를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오프라인 채널 중 편의점 매출 증가세 최하
 
최근 편의점 업체의 성장세는 다소 주춤한 추세입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요 23개 유통 업체 매출은 전년 대비 11.7% 늘었고, 이중 오프라인 매출은 8.8%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편의점 매출 증가세가 1.7%로 오프라인 채널들 중 가장 낮았다는 점입니다. 대형마트는 16.1%, 백화점은 10.3%,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4.8%로 모두 편의점 매출 신장률을 웃돌았는데요. 편의점이 이들 채널 중 최하위에 위치한 것은 지난 2020년 이후 처음입니다.
 
산업부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전년 대비 이른 설 명절 여파로 선물 세트 및 성수품 지출이 발생했고, 대형마트로 수요층이 몰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는데요. 그렇다 해도 이번 편의점의 성장세 둔화를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절대적인 신장률의 수치 자체가 압도적으로 낮을뿐더러, 불과 1년 전 설 연휴가 있던 작년 2월 편의점 매출 성장률은 9.4%에 달해 올해와 사뭇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선두 업체들의 영업이익 감소세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516억원으로 전년 대비 0.6% 감소했고, GS25도 1946억원으로 10.9% 줄었습니다.
 
편의점 산업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영업이익률이 5~10% 수준을 유지했는데요. 최근 들어 주요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이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오히려 하락 반전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성장 둔화에는 업체들의 공격적인 출점 전략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요 4곳 업체 편의점 점포 수는 5만5000여곳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4만2000여개에 불과했던 2019년 대비 30%가량 증가한 수치입니다. 어림잡아 연평균으로 5%씩 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대비 인구가 1.4배가량 많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일본 프랜차이즈체인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일본 편의점 수는 5만5736개로 집계됐습니다.
 
여기에 경기 침체 장기화 분위기 속에 임차료,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이 증가하는 점도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한 오프라인 유통 관계자는 "점포 난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고물가 기조 장기화 흐름까지 더해지면서 개별 점포들의 수익은 점점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특히 인구 감소 트렌드에 따라 편의점 주력 수요층인 10·20세대가 급감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습니다.
 
내실 집중으로 선회한다지만…차별화 전략 전무
 
일단 편의점 업계 역시 이 같은 위기에 대해 공감하고 최대한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에 집중하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CU와 GS25는 우수 점포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인데요.
 
CU는 상권 분석에 기반한 우량점 및 고객 경험을 토대로 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점포 수익성 고도화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GS25 역시 온라인 채널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계해 수요를 창출하는 'O4O(Online for Offline)' 서비스에 집중하고, 신선식품의 경쟁력을 높여 우량점을 키우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하위권 업체들은 대체로 자체브랜드(PB) 상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PB 상품인 '세븐셀렉트' 라인업을 강화하고, 지난해 10월 새롭게 선보인 차세대 콘셉트 가맹 운영 모델인 '뉴웨이브' 점포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또 '세븐앱' 리뉴얼, '착한택배' 론칭 등 O4O 생활 서비스 강화에 나섭니다.
 
또 이마트24는 노브랜드 도입점을 올해 말까지 2500개, 내년 4000개까지 확대하고, 초저가 PB 브랜드인 '상상의끝'을 선보이는 등 점포 효율화에 나선 상태인데요.
 
하지만 추후 편의점 업황의 악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들 업체의 전략이 적절한 대응 방안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편의점 업체 4곳이 제시한 전략이 업황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한 콘텐츠 마련에 집중하기보다는 기존 방안을 조금 더 강화하는 수준에 그친 데다, 업체 간 내용도 대동소이한 탓인데요.
 
무엇보다 하위 업체들의 전략은 이미 상위 업체들이 현재 강화하고 있는 실정인 만큼, 이 패턴대로라면 당분간 순위 변동은 쉽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이진협 한화증권 연구원은 "편의점 시장은 상위 사업자 중심의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의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편의점 4사의 신제품이나 프로모션 전략은 차별적인 특징 없이 전부 비슷하다"며 "혁신적 변화가 있지 않는 한, 현재 형성된 업계 순위의 지각변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매대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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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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