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청음을 위한 '알갈이'

문제 근원 처방, 악성 염증 도려내야
"정치 불안 해소가 한국 경제 돌파구"
"실질적 개선·체감도, 밸런스의 단초"

입력 : 2025-03-18 오전 9:26:27
[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헤어숍을 갓 나온 듯 스타일은 잘 먹었고 봄날에 부는 바람결은 선루프 사이로 한올졌다. 평소 주인의 척추 따윈 무신경으로 일괄했던 시트님도 최상의 드라이빙 착좌감을 선사하니 컨디션 최고다.
 
일상을 벗어난 '펀 드라이빙'이 완벽할 것 같던 찰나, '지직~' 경쾌한 리듬 사이로 잡음이 들려온다. 뭐지? 블루투스 연결 때문에 음원이 깨지나. 차 앞을 가로막는 빌런조차 없는 기분 전환 '딱' 그 잡채의 펀 드라이빙인데 이리저리 음원을 바꿔봐도 미세하게 떨리는 잡음.
 
조수석 카오디오 트위터나 우퍼가 맛이 간듯하다. '펀 드라이빙'의 최애는 음악이거늘 연식이 있어서일까 스피커가 하자로 보였다. 그래 나도 이참에 청음을 위한 일명 '알갈이'를 해보자. 
 
마치 독일 물리학자인 하인리히 루돌프 헤르츠(Heinrich Rudolf Hertz)로 빙의한 듯 제법 유명하다는 스피커 브랜드들의 특성과 'Hz~kHz' 등 진동수, 진폭 간의 파장 음향까지 열공 모드.
 
사람이 귀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 영역인 20~20000Hz까지 청각 테스트를 해보니 내 나이엔 들리지 않는 주파수 음역대의 한계. 20000Hz는커녕 19000Hz조차 젊은 귀에만 허락해준다고 하니 '헤르츠'에게 무시 받는 연세가 됐네그려.
 
 
카오디오 스피커를 교체하기 위해 차량과 도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아무튼 안 들리는 주파수 음역대일지라도 '고고' 하자는 마음에 냅다 지른 고출력 스피커. 40HZ~20kHz, 60HZ~20kHz, 1.4HZ~20kHz, 8옴, 4옴, 데스벨, 와트, 패시브 등 고민해가며 고른 혼합종. 
 
무슨 오만이었을까. DIY의 집중도를 올리고자 어머니가 사시는 시골집까지 찾아 이틀 밤을 꼬박 지새웠건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제법 유명세의 영롱한 스피커(미드레인지, 우퍼, 트위터)들을 스스로 DIY해보자며 소중한 주말 가정까지 등졌건만 책상머리에 앉아 열공한 DIY법들은 현실과 괴리가 컸기 때문이다.
 
비싼 값을 치르고서야 얻게 되는 교훈이라 했던가. 스피커 하나하나의 특성보다 전체 스피커가 아우르는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걸 뒤늦게 알았을 때는 내 손에 타이레놀 두 알이 놓여 있었다.
 
몰상식의 그늘에서 피폐와 몰락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 경제도 마찬가지 아닐까한다. 성장·분배의 밸런스가 깨진지 오래다. 오만·불통에 섬뜩하게까지 느껴지는 권력의 점철에서 한국 경제는 저성장 터널을 더 깊숙이 파고든다.
 
'코로나19 쇼크' 때보다 더한 산업생산 추락에 소비, 투자까지 줄줄이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하면서 경기침체의 위험 신호가 선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 긴장감까지 심화하고 있는 사이 50억달러의 자금 유출이 예상되는 배당 시즌이 겹치면서 정치 불안에 따른 원화 약세는 더욱 가중될 조짐에 놓였다.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이대입구역 인근 상가가 공실로 방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1~2월 수출액(총 1017억달러)도 전년 동기보다 4.78% 급감했다. 지난해 수출이 최악이었던 상황을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윤석열정부 직전인 2022년 1~2월 수출액(1097억달러)과 비교해도 7.29%나 감소한 규모다.
 
3월 초 수출액도 139억달러에 머무는 등 문재인정부 말기인 2022년 3월1~10일 수출액(187억달러)보다 26% 떨어졌다. 박근혜정부 마지막인 2017년 3월 초 수출액(143억달러)보다 2.80% 하락한 수준이니 잿빛 전망만 엄습하고 있다.
 
내수 침체 장기화도 자영업자의 붕괴를 불러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에도 590만명이었는데 올해 1월 자영업자 수 집계는 550만명에 불과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 2008년 600만명, 2009년 574만명보다 적은 수준이다. 지난해 빚을 갚지 못한 자영업자는 35% 급증했다.
 
반도체, 자동차, 기계, 석유화학, 철강, 조선, 무선통신기기, 바이오, 이차전지, 가전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자, 11대 간판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1년 당시 세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내려왔다.
 
 
지난달 19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수출용 자동차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고환율과 고물가 부담 요인까지 더하면 하락 곡선은 더할 것이다. 매출액 1000대 기업 대상의 자금 사정도 '올해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이 31%에 달하고 있다. 대기업 10곳 중 3곳이 전년보다 악화됐다는 얘기다.
 
민생은 공염불이요. 부자 감세만 일삼는 사이 성장 둔화에 따른 세수 펑크는 올해도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거듭되는 외부 충격에 회복력은커녕 대응력까지 잃을까 두렵기까지 하다.
 
노동 수요 부족과 실업 증가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대한민국은 분열의 늪에 빠져 몰상식의 극치를 달리고 있으니 이단의 배설물이 이토록 지독한 염증이 될 줄이야.
 
전문가들은 몰려오는 온갖 악재 속에 뾰족한 묘수로 정치적 안정화를 급선무로 꼽고 있다. 그 어떤 정책적 처방을 구사해도 정치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다. 
 
단순한 '알갈이'가 아닌 문제의 근원인 악성 염증은 도려내고 봉합해야 한다. 그것이 경기의 실질적 개선·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밸런스의 단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규하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