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디지털 육종 기술이 우리나라 복숭아의 품종 개발 체계를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입니다. 소비자 기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복숭아는 지속적인 품종 개량이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과수 품목입니다. 하지만 사과·배처럼 저장이 어려운 데다, 한 품종의 수확·유통 기간이 약 1~2주 정도로 짧아 '다양한 시기, 여러 품종'의 출하를 위한 차세대 육종 기술을 본격 도입할 계획입니다.
30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전통 육종의 한계를 극복한 디지털 육종 기술을 복숭아에도 본격 도입할 계획입니다. 디지털 육종은 유전체 정보와 표현형 데이터를 활용해 목표 형질을 조기에 선발할 수 있는 차세대 육종 기술로 통합니다. 디지털 육종 기술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면 기존 수년이 소요되던 평가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동안 복숭아의 육종 개발을 보면, 향과 맛이 우수한 털복숭아 '백향'에 과형이 우수한 천도 품종 '로매머1'을 교배한 '옐로드림' 품종이 대표적으로 꼽힙니다. 과육색이 노란색인 천도복숭아 '옐로드림' 품종은 일명 '망고 복숭아'로 불리는 등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개발한 바 있습니다.
30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전통 육종의 한계를 극복한 디지털 육종 기술을 복숭아에도 본격 도입할 계획이다. (사진=농촌진흥청)
털이 없는 천도복숭아는 씻어서 바로 먹을 수 있어 털복숭아보다 섭취가 편리하지만 강한 신맛 탓에 선택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망고 복숭아는 복숭아 특유의 향기가 강하고 신맛이 적어 식미와 풍미가 매우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산도는 0.25%로 일반 천도 품종인 '선프레(0.85%)', '천홍(0.79%)'에 비해 3분의 1~4분의 1 수준으로 매우 낮습니다. 수확 시기는 6월 말에서 7월 초이며 당도가 13브릭스로 높습니다.
유통업자와 소비자 패널 테스트 결과에서도 당도·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재배 면적은 2024년 기준 250헥타르(ha)로 2030년 300ha까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백향'에 '미스카요'를 교배해 지난 2014년 개발한 '이노센스'도 시지 않고 달콤한 천도 품종으로 꼽힙니다. 산도가 0.36%로 일반 백도와 비슷하며 당도는 14브릭스에 달합니다.
입안에 달콤한 맛과 진한 향기가 어우러지는 품종이나 과육색이 노란색인 '옐로드림'과 달리 '이노센스'의 과육색은 흰색입니다. 8월 상순 출하로 재배 면적은 2024년 기준 약 150ha 수준으로 출하량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8월 하순부터 증가하기 시작하는 국내 황도 생산의 경우도 '장호원 황도'가 출하하는 9월 상순을 최적 시기로 꼽고 있습니다. 즉, 8월 상순에 수확되는 우수한 황도 품종은 전무한 실정입니다.
30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전통 육종의 한계를 극복한 디지털 육종 기술을 복숭아에도 본격 도입할 계획이다. (사진=농촌진흥청)
이에 따라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개발한 것이 황육계 복숭아 '홍슬'입니다. '붉은 구슬'이라는 뜻에 '홍슬'은 붉은색 착색이 뛰어나고 동그란 것이 특징입니다. 당도가 높은 12브릭스로 과일 무게는 230g 수준입니다. '홍슬'은 쉽게 물러지지 않아 신선한 상태로 오래가는 등 수확·유통이 편리합니다. 현재 농진청은 보급 확대를 위해 주산지 현장 연구를 중심으로 생육 특성을 실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옐로드림', '홍슬' 등 그간의 복숭아 품종 개발은 수천 개 나무를 확보하고 수년간 재배와 평가를 거치는 전통적인 육종 방식을 활용해왔습니다. 보통 1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인력과 예산 등 자원 소모도 상당한 과수 품목입니다.
이러한 전통 육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본격 도입하는 것이 '디지털 육종 기술'입니다.
김명수 농진청 원예특작과학원장은 "소비자의 섬세한 맛에 대한 요구는 물론 생산자의 재배 편의성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한 육종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개발한 대표 복숭아 품종과 과학적 접근을 통한 육종 기술 전환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국산 복숭아 품종의 품질과 다양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30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전통 육종의 한계를 극복한 디지털 육종 기술을 복숭아에도 본격 도입할 계획이다. (사진=농촌진흥청)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