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지금이야 첨예한 대립의 현장으로 변했지만, ‘탄핵’ 하면 떠오르는 헌법재판소 앞은 늘 고즈넉한 산책로였습니다. 안국역에서 나와 북촌으로 올라가는 길은 경복궁 가는 길과도 맞닿아 있어 봄가을이면 서울의 정취를 느끼기 충분한 동네입니다.
헌법재판소 주소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15(재동 83)입니다. 동네 이름은 재동입니다. 평범한 동네 이름 같지만, 피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역사의 기록을 안고 있습니다. 종로문화원에 따르면 재동은 '잿골'을 한자로 옮긴 데서 유래됐습니다. 옛 사람들은 잿골이라고 불렀던 겁니다.
지명은 세조(수양대군)의 계유정난에서 비롯됐습니다. 세조가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일으킨 ‘쿠데타’인 계유정난 때 참살당한 사람들이 흘린 피가 내를 이루고 피비린내가 진동해 사람들이 집 안에 있는 초목회, 즉, 재를 모두 가지고 나와 피를 덮었다는 데서 유래합니다. 동네는 온통 회(재)로 덮였고, 이후 잿골, 회동으로 불렀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한글의 '재'를 한자에 맞춰 재동으로 바꿨습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헌법재판관 등이 2월2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탄핵심판' 등으로 헌법 중추 기관 발돋움
헌법재판소는 현행 헌법인 ‘87년 헌법’, 즉 제 6공화국 헌법 때 헌법기관으로 제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1948년 제정된 제헌헌법에서는 ‘헌법위원회’가 설치됐습니다.
그 전에도 있었습니다. 요즘처럼 헌법으로 명문화되지는 않았지만, 대한민국 임시정부 시절에도 헌법재판소 자격을 가진 기관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시절이던 1925년 임시의정원이라고 있었는데, 현재 헌법재판소격인 탄핵심판위원회를 설치해 이승만 임시대통령을 탄핵했습니다. 한국사에서 대통령 자격으로 탄핵된 최초 인물은 이승만이라고도 할수 있겠네요.
헌정사 측면에서 보면 제2공화국 헌법에도 헌법재판소를 규정하긴 했습니다만, 5·16 군사정변 으로 구성하진 못했고, 제4공화국(유신헌법)과 제5공화국에서는 헌법위원회로 부활하긴 했는데, 시대가 시대인만큼 단 한 번도 위헌법률심사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위상에 맞는 이름을 갖고, 일을 제대로 한 것은 제6공화국입니다. 현행 헌법 체제가 들어서면서 헌법재판소라는 명칭을 부여받고, 헌법재판을 전담하면서 제 노릇을 하게 된 겁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11조에 역할이 규정돼 있습니다. 크게 5가지 사안을 책임집니다.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 △탄핵의 심판 △정당의 해산 심판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입니다.
윤석열씨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3월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경계를 경찰이 강화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헌재에 쏠리는 시선
헌법재판소가 시끌벅적한 때는 나라에 중요한 일이 발생했다는 뜻입니다. 위헌법률심판이나 신행정수도(수도 이전) 관련 헌법소원으로 나라의 갈길을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헌법재판소가 세상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때는 ‘탄핵심판’일 겁니다.
대통령 탄핵은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 윤석열씨까지 3번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각,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재에서 인용됐습니다. 즉, 노 전 대통령은 자리를 지켰고, 박 전 대통령은 파면됐습니다.
헌재의 고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씨에 대해 어떤 선고를 내릴지 대한민국이 숨죽여 지켜보고 있습니다.
오승주 공동체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