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이재명의 '민생'과 '양아치 변호사'

입력 : 2025-07-24 오전 6:00:00
지인의 아내는 인터넷 기반으로 사업을 한다. 물품을 팔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화려하게 꾸미고 공들여 찍은 영상과 사진 등을 올려 구매욕을 자극하는 ‘SNS형 사업’이다. 말이 사업이지 소소한 돈벌이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공문 한 장이 날아왔단다. ‘저작권법 위반’으로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는 무슨 법률사무소의 ‘종이 한 장’이었다고 했다.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도용해 지대한 피해를 입혀 ‘민사상의 손해배상 책임’이 불가피하다는 것과 지정한 날짜까지 연락하지 않으면 ‘형사상의 처벌’을 위해 경찰에 수사 의뢰 운운하는 내용으로 빽빽이 도배돼 있었다고 했다. 
 
주소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집으로 배달된 종이를 보고 아내는 기억을 되짚어봤단다. 조금 더 예쁘게 보이기 위해 인터넷에서 떠도는 글자 폰트를 내려받아 사용했는데, ‘저작권법’ 위반이었던 것이다. 
 
미심쩍어 신종 보이스피싱인가 해서 종이에 적힌 주소를 검색해봤단다. 여러모로 확인한 결과 법률사무소가 맞았다. 지인의 아내가 전화를 걸자 ‘어마무시한 협박성 발언’이 쏟아졌다. 
 
변호사는 통화도 못 하고 ‘과장’이라 불리는, 흔히 일컫는 사무장이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핵심은 ‘민사로 조용히 해결하고 형사까지는 안 넘길게’였다. 
 
다시 말해 ‘돈 내놔라’ 소리다. 법률 지식이 짧은 ‘아줌마’를 상대로 미필적 고의(결과 발생과 무관하게 발생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하는 것)를 운운하며 목소리를 높이며 범죄자로 몰아갔다고 했다. 
 
잘못했다면 잘못한 건데,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은 협박을 넘어 공포감을 조성하며 사람을 다그쳤다고 했다. 지인은 괘씸한 마음에 ‘법으로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을 먹었지만,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단다. 
 
보이스피싱범들이 여러 서류를 문자로 보내고, 사람 혼을 쏙 빼놓는 차원에서 소리를 지르고, 당장 잡아갈 것처럼 행동하는 것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했다. 
 
결국 지인 아내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부르는 값에서 조금 깎은 금액에 합의했다고 했다. 그래도 백 몇십만원 털렸으니 적잖이 속은 쓰렸다. 
 
아마 그 ‘양아치 변호사 사무실’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분명 자신들이 돈을 다 ‘꿀꺽'하지 않고 의뢰사와 나눠 가졌겠지만, 사람 겁박한 뒤 몇 시간 안에 서민들에게는 큰 돈을 가볍게 챙겼으니 가성비 높은 변호사 장사를 한 셈이다. 
 
서울 서초구 소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의 모습. (사진=뉴시스)
 
개탄스러운 '양심 없는 변호사들'의 현실
 
지인은 ‘대한민국 변호사들’의 현실에 개탄을 거듭했다. 모르고 폰트를 쓴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무슨 일개 변호사 사무실이 협박과 겁박성 발언으로 보이스피싱범과 다름없는 짓에 재미가 들린 듯해서 씁쓸하다고 했다. 
 
잘 아는 베테랑 변호사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니 한숨 푹 쉬더니 혀만 찼다. 변호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법률을 무기로 ‘양아치 짓 하는 법률 전문인’이 크게 늘어나 부끄러운 게 요즘 변호사판이라고 말꼬리를 흘렸다. 
 
법무부는 지난 4월27일 올해 열린 제14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744명으로 결정했다. 로스쿨 도입 이전인 2009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등록 변호사 수는 3만6535명으로 15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해마다 1700명 정도의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으니 곧 변호사 4만명 시대가 눈앞이다. 
 
살다가 보면 어기고 싶지 않아도 불법의 멍에를 쓸 때가 있다. 훈민정음 서문에 나오는 ‘어린 백성’(어리석은 백성)들은 예상치 못하게 법률 시비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 
 
저작권법 등 경우에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형사처벌’ 운운하지 않고, 1차적 경고만 해도 대부분 ‘어린 백성’들은 화들짝 놀라며 싹 정리한다. 그런데 그런 법의 융통성이 없으니 ‘양아치 법률사무소’에게 서민들은 손쉬운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정부는 ‘민생’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민생은 경제적 활로를 뚫어주는 것도 해당되지만, 도처에 깔린 ‘법비’(법률 지식을 가진 도둑)로부터 마음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기야, 법률 지식으로 가득 찬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부부가 ‘민생’이라는 단어를 도외시한 채 법비 노릇을 하는 판에 ‘양아치 변호사’들이 양심 있는 행동을 깨달을지 만무하다 싶다. 
 
오승주 공동체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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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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