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

입력 : 2025-04-01 오전 6:00:00
자공이 물었다. "어떤 사람을 진정한 선비라고 할 수 있습니까?" 공자는 "행동의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고 답했다. <중용>에서는 "배우기를 좋아함은 지에 가깝고 힘써 행함은 인에 가까우며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용에 가깝다"고 했다.
 
맹자의 <공손추편>에 거론된 수오지심은 '자신이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싫어하는 마음가짐'을 논한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 작가의 저서 <부끄러움>에서는 상위 계층의 위선을 비판하며 수치심의 부정적 면이 아닌 반성의 부끄러움을 내포한다.
 
잘못에 대한 뉘우침은 부끄러움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참회와 속죄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잘못을 저지르고도 빳빳한 고개와 불끈 쥔 주먹, 그리고 섬뜩한 미소를 21세기 통치자에게서 봤다.
 
'국민을 배신하고 국가를 사유화하며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반헌법적 폭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의 모교에서도 나온다. 뿐만 아니다. "여전히 살아서 움직이는 수족들이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시국선언문을 낸 천주교 교구장 6명을 포함한 사제와 수도자 3283명이 외친 '공직의 타락'은 공직사회에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선배들의 잘못을 바라보는 내가 오히려 부끄러울 정도라며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사회적 불안과 혼란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울분은 예사소리로 넘길 일이 아니다.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는 날이 갈수록 최악의 전망만 쏟아지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경제성장률을 1.8%에서 1.6%, 1.5%로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5% 예측도 더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중 바클레이스는 1.5%보다 더 낮은 1.4%로 내렸다. 정치 불확실성이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일자리 생태계까지 무너질 수 있는 '아슬아슬함'이다. 올해 일자리 증가 폭은 지난 2021년 이후 최저치로 전망한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이다. 총수출은 2.7%에서 1.4%로 절반에 육박하는 추락률을 예측한 데다, 올해 잠재성장률 역시 전년보다 0.1%포인트 하락한 1.9%로 전망하고 있다.
 
이마저도 보수적인 전망치로 느껴질 뿐이다. HSBC의 분석은 바클레이스와 유사한 1.4% 성장률을 예측했지만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측은 처참한 수치를 내놓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폭의 하향세인 1.2%. 예상보다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헌재 판결과 경기부양책, 재정정책이 최대 관건이나 민생을 지켜낼지는 의문만 커진다. 재정 역할도 관세 현실화를 앞두고 국가적 재난인 대형 산불까지 가중됐지만 기획재정부가 꺼내 든 건 10조원.
 
'필수 추경'이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며 산불 피해 복구와 통상 리스크 대응,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등까지 제시하다니 그들은 신의 손인가 싶다. 소극적이고 한계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만 나올 뿐 정치적 꼼수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제발 더 늦기 전에 부끄러운 행보는 멈추고 위기 대응의 정부 책임을 간과하지 않기 촉구해본다. 이젠 국민들이 부끄러워할 판이니.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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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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