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25%"…상호관세에 재계 비상체제 돌입

정부·재계 긴급 대응…경제위기에 '겹악재'
철강·차 관세 피했지만…추가 관세 초읽기
반도체·가전, 불확실성 여파에 예의주시중
"정상회담 못해 고율 관세"…관건 '협상력'

입력 : 2025-04-03 오후 3:28:32
[뉴스토마토 배덕훈·박혜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한국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각국에 고율의 관세를 때리며 전세계에 선전포고를 내린 셈입니다. 이로 인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관세 직격탄을 맞아 경제에 비상이 걸리게 됐습니다. 이에 정부는 상호관세 관련 긴급 경제안보전략 회의를 개최하는 등 기민한 대응에 나서는 한편, 재계는 비상체제 속 영향을 파악하고 급변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입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상호관세 조처를 발표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장벽 보고서 꺼내든 채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에 대한 긴급 경제안보전략 TF 회의를 개최하고 글로벌 관세전쟁이 현실로 다가온 매우 엄중한 상황인 만큼, 통상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후에는 기업 등 민관이 참여하는 3차 경제안보전략 TF’ 회의를 개최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정부가 뒤늦게 대응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한국 경제가 가뜩이나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투하된 관세 폭탄은 산업 전반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윤석열정권 출범 이후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하고 있는데다, 내란 사태 이후 경기 전망 역시 줄하향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또 다른 파고가 덮친 형국입니다. 더구나 2년째 이어지는 세수 펑크로 곳간이 텅빈 현실에서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는 정부의 적극 재정 정책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정상 간 외교로 빅딜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이런 조건에서 사실상 개인기에 의존해 관세전쟁을 대비해 온 재계는, 업황에 끼칠 영향 파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 위에 고율의 국가별 관세 카드까지 더해지자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다만, 상호관세로 인해 ‘25% +α 형식으로 직격탄이 예상됐던 철강·자동차·반도체는 이번 조치에서 제외돼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평택항에서 선적 기다리는 한국산 자동차들. (사진=연합뉴스)
 
자동차업계 내수시장 경쟁 격화 우려
 
미국 현지의 직접 투자를 추진하거나 검토하는 등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던 철강·자동차·반도체업계는 상호관세가 중과되지 않아 안도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탓입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작년 대비 18.59%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지난해 미국 자동차 수출액은 3474400만달러(약 51조원규모인데이를 단순 계산 시 감소액은 645900만달러( 94700억원)에 달합니다.
 
특히 자동차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발표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장벽 보고서'를 든 채 한국의 수입차 규제를 최악의 무역장벽으로 콕 집어 언급한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압박을 시사한 것으로 최악의 경우 내수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와의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자동차업계는 이번 관세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 전략을 모색하고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는 등 대응 방안 마련에 진력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업계도 상호관세 적용 예외 방침에 일단 한숨을 돌린 모습이지만 품목별 관세가 예고돼 후속 상황을 예의주시 중입니다다만 인공지능(AI) 시대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한국 독주를 대신할 대체재가 없는 까닭에 미국 정부가 관세 부과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듭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상호관세 조처를 발표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HBM 대체재 없어 관세 신중 전망도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한국의 반도체를 미국에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관세로 인해 가격이 높아지면 미국 기업들이 비싸게 구매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손해”라반도체라고 관세 예외를 두지는 않을 것 같지만 한국 기업을 대체할 수 없기에 협상력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도 한국이 HBM에서 독보적이기 때문에 미국이 (관세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미국이 원하는 것은 현지 투자를 유도하는 것으로 압박용으로 관세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어느 정도 목표가 달성되면 유화 제스처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가전업계는 대미 수출의 전초 기지인 멕시코가 제외된 것에 안도하면서도 주요 생산 거점인 베트남과 인도에 고율의 상호관세가 부과돼 현지 생산 물량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삼성은 현재 호찌민, 박닌, 타이응우옌 등에서 스마트폰, 네트워크 장비, TV, 디스플레이 등을 생산하고 있는데, 특히 전 세계 판매되는 스마트폰 물량의 50%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 중입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민관 합동 미 관세 조치 대책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협상 여지 남아…수출 장벽 카드로
 
전문가들은 이번 상호관세가 생각 외로 높게 나왔지만, 결국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향후 협상장에서의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이 관세를 세게 부과한 의미는 결국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우리도 협상장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미국이 부당하게 관세를 부과한 것을 줄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도 부당하게 받고 있는 수출 장벽을 협상 카드로 내밀어야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미국과 FTA를 맺고 있는 나라로서는 상당히 높은 관세율을 부과받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지 못한 것 자체가 이렇게 관세를 받은 결정적 이유라며 트럼프 정부가 협상 테이블을 통한 여지를 열어뒀는데, 장관급 회담에서 관세 인하 협상을 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배덕훈·박혜정 기자 paladin70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배덕훈 기자
SNS 계정 :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