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LG전자가 다음달 초 인도 현지 법인을 증시에 상장(IPO)하며 최대 15억달러(약 2조 2000억원)를 조달할 예정입니다. 조달 자금은 3공장 신축, 인도 특화 제품 개발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도시장 확대를 통해 관세 리스크가 있는 미국시장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주주환원에도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의 승인을 받아 5월 초 IPO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신주 발행 없이 구주 15%를 매각해 최대 15억달러를 조달할 전망입니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은 현지 투자 강화를 위한 ‘실탄’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인도 특화 라인업을 구축하고, 생산·서비스·R&D 인프라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인도 투자 확대는 제3공장 구축을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LG전자 인도법인이 인도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IPO 예비 서류를 보면, LG전자는 인도 남동부 스리시티에 가전 공장을 신설할 예정입니다. 푸네공장, 존 노이다에 이어 세 번째 현지 공장으로 오는 2026년 완공이 목표인데 5억 달러(약 7300억 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LG전자가 인도에 공들이는 건 인도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높기 때문입니다. 인구 14억명에 이르는 최대 시장 인도는 2023년 말 기준 냉장고 38%, 세탁기 17%, 에어컨 8% 수준에 불과한 가전 보급률을 가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수년 안에 인도 가전제품 보급률이 70~80%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올해 가전제품 시장 규모는 210억달러(약 30조1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에 LG전자는 인도 가전시장 최강자를 넘어 인도 ‘국민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방침입니다. LG전자는 1997년 인도시장에 진출한 후 13년 연속 현지 가전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세탁기, 냉장고, TV, 인버터 에어컨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중입니다. 900개 이상의 서비스 센터, 평균 3.6일의 신속한 서비스 처리 속도, GPS 기반 주소 자동화, AI 상담 시스템 도입 검토 등으로 인도 시장 내 단단한 입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다만 인도법인 상장으로 밸류업이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울러 국내 모기업과 해외 기업을 분리 상장하면 모기업 주식 투자 유인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LG전자는 높은 잠재력을 보이는 인도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확보한 자금으로 인도법인 매출을 크게 성장시키면 본사 가치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란 입장입니다. 지난해 12월 공시한 2차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인도 IPO 상장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편, 이번 인도 IPO는 미국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도 주목됩니다. 최근 미국 정부는 한국 제품에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북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LG전자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현지 생산을 확대하며 관세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인도에서의 생산과 판매를 강화해 대처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