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HBM 주도권 쥐고 광폭 경영행보

TSMC와 6세대 HBM4 협력 개발 강화
HBM 점유율 ‘1위 위상’ 이어갈 전략
철저한 준비…HBM 시장 선점 굳히기

입력 : 2025-04-11 오후 4:56:49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적용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쥐고 광폭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와 차세대 HBM 기술개발 협력을 거쳐 생산할 예정입니다. 이어 미국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에 대량 공급하며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앞으로도 유지할 전략으로 관측됩니다.
 
지난해 6월 대만을 찾아 웨이저자 TSMC 회장과 만난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1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번주 대만을 찾아 반도체업체인 TSMC를 찾았습니다. 최 회장은 웨이저자 TSMC 의사회 의장(회장)과 만나 하이닉스가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HBM4’ 분야의 공동개발 협력 역량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번 출장길에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월 TSMC와 HBM4 개발 협업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습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TSMC와 힘을 합쳐 또 한 번의 HBM 기술 혁신을 이끌어 내겠다”며 “‘고객-파운드리-메모리’로 이어지는 3자 간 기술 협업을 바탕으로 메모리 성능의 한계를 돌파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SK하이닉스와 TSMC가 MOU를 맺은 2달 뒤인 6월 최 회장은 웨이저자 회장과 만나 HBM 분야에서 양사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나눴는데, 이후 10개월 만에 재회하며 남다른 관계를 형성한 셈입니다. 
 
6세대 HBM인 HBM4은 최초로 파운드리 공정이 사용됩니다. SK하이닉스는 기존 5세대 HBM인 ‘HBM3E’까지 HBM 패키지 내 최하단에 탑재되고 데이터 이동을 제어하는 부품인 ‘베이스 다이(Base Die)’를 자체 공정으로 만들었습니다. 다음 세대인 HBM4부터 HBM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직 다이(Logic Die)’ 부품을 파운드리 공정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TSMC의 초미세 공정 기술을 적용해 고객사가 원하는 기능을 제공하며 성능과 전력 효율을 개선한다는 복안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4월 미국 실리콘밸리 엔비디아 본사에서 만난 모습. (사진=연합뉴스)
 
HBM4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인 ‘루빈’에 탑재될 예정입니다. 앞서 최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 2025에서 회동하며 HBM 분야의 양사 협력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언론에서 이를 통해 ‘고객-파운드리-메모리’ 구조의 3사 동맹 관계를 구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HBM4 12단 제품의 샘플을 세계 최초로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한 바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TSMC와 엔비디아와의 잇따른 협력 관계로 글로벌 HBM 시장 선점 굳히기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70%의 시장 점유율로 압도적 우위를 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주력인 HBM3E(5세대) 12단 제품을 엔비디아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에 대량 공급하면서입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납품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3일 미국에서 열리는 TSMC ‘테크놀로지 심포지엄’에도 참가합니다. SK하이닉스는 이 행사에서 TSMC와 공동 개발한 HBM4를 선보일 방침입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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