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 주관 유증, 실권 리스크↑…잔액인수 후폭풍 우려

해성옵틱스 등 4개사 유증, 높은 실권 수수료 책정
"주가 떨어지면 실권주 엄청난 부담"
IB 강화한 '적자' SK증권…실권 리스크 감수

입력 : 2025-04-17 오후 2:16:48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SK증권(001510)이 코스닥 상장사 4곳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 주관사로 나서며 높은 실권 수수료를 책정했습니다. 청약 미달로 발생할 수 있는 실권주 잔액인수 리스크에 대비한 조치지만, 유증 이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떠안게 되는 실권주가 오히려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후폭풍이 우려됩니다.
 
SK증권, 최대 30% 실권 수수료 설정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SK증권이 진행하고 있는 코스닥 주주 대상 유증 6건 중 실권주 잔액인수 계약을 체결한 곳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을 택한 해성옵틱스(076610), 지엔코(065060), 이브이첨단소재(131400), 형지글로벌(308100) 등 4곳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잔액인수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유증 청약 미달로 발생한 실권주를 SK증권이 일정 수수료를 받고 모두 인수합니다. 주관사가 실권주를 인수하는 금액에서 일정 부분을 발행사가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주관사는 실권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수수료가 높다면 실권주 리스크 역시 높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SK증권이 설정한 실권 수수료는 대체로 높은 편입니다. 실권 수수료는 일반적으로 10~15% 수준에서 정해지는데요. 신주 1800만주를 발행해 114억원을 모집할 계획인 해성옵틱스의 실권 수수료는 잔액 인수금액의 25%로 설정됐습니다. 여기에 발행가액이 액면가로 확정되거나 발행할 주식 수의 20% 이상을 인수할 경우 수수료는 30%까지 늘어납니다. 올해 진행되는 유증 가운데 실권 수수료가 가장 높습니다.
 
지엔코와 이브이첨단소재는 각각 1300만주(184억원), 4150만주(414억원)를 발행할 계획입니다. 두 회사의 실권 수수료는 20%입니다. 600만주를 발행해 205억원을 조달할 예정인 형지글로벌의 경우 15%로 책정됐습니다. 높은 실권 수수료로 리스크를 대비하고 있지만, 실권주 발생으로 잔액을 떠안은 후 주가가 급락한다면 주관사는 손실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주관사가 잔액인수 하는 실권주는 대부분 기관 투자자나 운용사 등에게 셀다운을 하고 셀다운에 실패할 시 증권사가 보유할 수도 있다"며 "보유 주식의 주가가 떨어진다면 분기마다 평가 금액 손실로 반영되는데 유증의 경우 손실인 경우가 많아 증권사가 계속 보유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KB증권, 엔지켐생명과학 유증서 200억 손실 전례
 
과거 KB증권이 실권주 잔액인수로 큰 손실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22년 2월 KB증권은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주관했습니다. 당시 발행 신주 530만주 중 71.89%(380만9958주)의 실권이 발생했고 KB증권은 실권주를 잔액 인수해 27.97%의 지분율로 엔지켐생명과학의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최대주주에 등극한 직후 KB증권은 8.7% 지분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빠르게 정리했습니다. 금융산업구조조정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의 지분 20% 이상을 소유하기 위해선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금산분리 원칙을 위반한 지분 소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20% 이하로 지분을 축소한 KB증권은 이후 장내매도와 블록딜을 통해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했습니다. 다만 엔지켐생명과학의 주가가 급락함에 따라 최종적으로 200억원대 손실을 감수했습니다. KB증권은 1주당 1900~2200원에 매도했는데요. 실권 수수료 10%를 포함한 인수 가격은 주당 2만8620원으로 실제 매도 단가 1만1400~1만3200원(5대 1 무상증자 고려)보다 높았습니다.
 
SK증권, 적자 실적 반등 필요…실권 리스크에도 '과감'
 
SK증권은 실권주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유증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기업금융(IB) 시장에서 보폭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적자 전환한 실적의 반등을 모색하기 위함으로 풀이됩니다. 작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 1079억원, 당기순손실 83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영업이익 131억원, 당기순이익 32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는데요. SK증권은 적자의 원인으로 국내증시 여권 악화에 따른 수수료 수익 감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손충당 추가설정에 따른 비용 증가를 꼽았습니다.
 
실적 부진에도 전우종, 정준호 각자대표가 지난 3월 2년 연임에 성공하며 기존 경영 체제가 유지됐습니다. 두 대표에게 실적 반등에 대한 책임이 막중해진 가운데, SK증권은 IB 경쟁력 강화를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대표이사 직속으로 IB총괄 조직을 신설하고, 기업금융사업부 대표였던 유성훈 부사장을 IB총괄에 선임했습니다. 이 같은 IB 부문 강화는 유상증자 주관에서 높은 실권 리스크를 감수하며 과감한 영업에 나서는 배경으로 해석됩니다.
 
SK증권 관계자는 "실권 수수료는 과거엔 대체적으로 15%에서 ±1~2%포인트 수준이었지만 실권주 발생 후 잔액인수에 대한 부담으로 수수료가 높아졌다"며 "작년부터 시장 변동성이 심하고 거래량이 적다보니 시장 리스크가 더 커진 배경에서 잔액인수 가능성에 대비해 책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발행사와 협의하며 책정하는 것이고, 실제 발생한 경우는 적다보니 발행사와 주관사가 서로 책임감을 가지고 진행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SK증권이 코스닥 상장사 4곳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 주관사로 나서며 높은 실권 수수료를 책정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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