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역대 최대 규모 정비사업으로 꼽히는 '한남 뉴타운' 사업이 본 궤도에 진입했습니다. 총 5개 구역 중 3개 구역은 시공사를 선정했고, 1개 구역은 조만간 완료할 예정입니다. 한남뉴타운은 서울 강남에 버금가는 부동산적 가치를 지닌 입지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런만큼 사업 진행 과정에서 진통도 적지 않은데요. 2구역의 경우 시공사인 대우건설 교체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고, 각종 잡음 끝에 DL이앤씨 시공사 선정이 유력한 5구역은 최초 조합설립 시점보다 300% 가량 오른 공사비가 골칫거리입니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은 오는 27일 총회를 개최해 '대우건설 시공사 지위 재재신임 안건'을 결의할 예정입니다. 한남2구역 재개발 시공권은 2022년 11월 대우건설이 따냈습니다. 대우건설은 기존 90m의 제한고도를 118m로 완화화고 아파트 층수도 14층에서 21층으로 높이는 '118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조합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이 118 프로젝트가 서울시의 반대로 현실화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서울시는 남산 경관 보호를 위해 고도 제한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118 프로젝트는 사실상 무산된 상태입니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 한남2구역 전경. (사진=송정은 기자)
한남2구역 조합 측은 118 프로젝트가 대우건설 시공사 선정의 핵심 이유였다며, 프로젝트가 무산된 현재 공약 불이행을 이유로 시공사 교체까지 염두에 두는 모습입니다. 홍경태 한남2구역 조합장은 최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 의견청취 결과 118고도완화, 스카이브릿지, 계획도로 변경 등이 모두 불가한 것으로 판명됐기에 도급계약서 조항에 따라 대우건설의 시공자 지위를 총회에서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시공사 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교체 시) 3000억원에 가까운 추가비용은 물론 사업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대주단 측에서 연대보증으로 1700억여원을 대출 받은 상황"이라며 "시공사 교체를 위한 대주단 전원 동의가 필요한 만큼, 만약 시공사 교체 현실화 시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우건설 측은 "최소 1~2년의 사업지연을 막고, 조합원들의 재산적 손실을 막기 위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DL이앤씨가 시공사 선정 단독입찰에 참여한 한남5구역 재개발은 폭등한 공사비가 문제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한남5구역 조합은 지난 15일 사업시행인가 설명회를 열고 사업비를 2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습니다. 2012년 조합 총회에서 의결된 7000억원보다 299%인 2조1000억원이 올랐습니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사업지 내 빌라 밀집 지역. (사진=송정은 기자)
이처럼 공사비가 크게 오른 이유에 대해 조합 측은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한 설계 변경, 공사비 단가 상승(3.3㎡당 330만원→916만원) 등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에 2012년보다 13년의 세월이 지난 만큼 물가 상승분도 반영했다는 입장입니다.
조합 측은 오는 5월 31일 열리는 총회에서 시공사 선정과 공사비 상승 안건을 함께 확정할 예정입니다. 조합원 총 1545명 중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으면 안건은 확정됩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최근 정비사업 현황을 감안하면 한남5구역 공사비 상승은 어느정도 예견됐던 것"이라며 "5구역은 4구역과 함께 한남뉴타운 내 가장 좋은 입지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공사비가 올라가는 만큼 결국 시세에 반영될테니 크게 두려워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다만 최근 부동산 시장에 워낙 돌발 변수들이 많아 적정 공사비인지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