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관건은 '트럼프'…변수는 '방위비'

미·일 협상서는 안보·관세 묶어…조기대선 앞 '한덕수 리스크'

입력 : 2025-04-21 오후 4:11:17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오는 24일(이하 현지시간) 한·미 양국의 재무·통상 장관이 참여하는 2+2 형식의 고위급 협상이 열립니다. 이번 협상의 예고편에 해당하는 '미·일 관세 협상'에서 그랬던 것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머니머신'(현금 인출기)이라고 칭한 만큼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이 최대 변수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장관급 한·미 2+2 협의…트럼프 등장 배제 못 해
 
2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경제안보전략TF(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미측의 요청으로 이번 주 양국의 경제·통상 장관이 만나 협의에 착수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우리 측 대표로 나서고 미국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USTR(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참석하는 '2+2 통상협의'입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시간으로 24일 오후 9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오전 8시)에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개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통상 장관 간 개별 협의도 진행됩니다. 
 
한 권한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언급된 무역 균형, 조선, LNG(액화천연가스)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한미 상호 간의 관심 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양국 간 상호 호혜적인 합의점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측 대표단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사실상 무력화하면서 부과된 상호관세 25%를 인하하거나 추가 유예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있습니다.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철강·자동차 등에 부과된 관세도 한국 경제에 타격이 큰 만큼 미측과 협의 지점을 찾을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두고 있는 조선업과 LNG 등 에너지 분야를 지렛대로 삼는다는 계획입니다.
 
한·미는 이번 2+2 통상협의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이어져 온 탐색전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협상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그런데 양측 협상의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 여부가 될 전망입니다.
 
지난 16일 미·일 관세 협상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등장했습니다. 당시 일본 측 최고위 인사는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었습니다. 국가 간 협상은 카운터파트너의 급을 맞추는 게 관례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은 전 세계에 충격을 줬습니다. 때문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한밤 중에 관료들을 소집해 긴급 회의를 열었습니다.
 
한·미 2+2 통상협의는 장관급 회의로 구성됐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등판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의 버티기 전략과 자국 내 반발 확산 등으로 인해 한국·영국·호주·인도·일본을 최우선 협상 목표로 삼아 성과 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시바 시게루(왼쪽)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에 '군사 지원 비용' 청구…패키지딜 시도할 듯
 
이번 협상의 최대 변수는 방위비분담금 조정 문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한국을 머니머신이라고 칭하며 현재 방위비분담금의 9배에 달하는 100억 달러를 주장했습니다.
 
또 지난 8일 한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는 '원스톱 쇼핑'식 협상을 요구하며 방위비분담금을 거론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협상팀에서 방위비분담금과 관련이 있는 외교부 당국자를 제외했습니다. 통상과 안보 이슈를 분리 대응한다는 방침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면 통상과 안보를 묶는 '원스톱 쇼핑' 즉 '패키지딜'(일괄타결)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협상에서 '무역 공정성'을 언급하며 관세와 군사 지원 비용을 묶어서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일미군 주둔 방위비분담금 뿐만 아니라 군사 지원 비용까지 처음으로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시바 총리는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주일미군 경비를) 매우 많이 부담하고 있다"면서 "'유유낙낙'(명령하는 대로 순종)이라고 들을 정도로 부담을 늘릴 생각은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자국 내에서 '저자세론'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 것에 대한 반응입니다. 
 
일본과 우리가 다른 부분이 있긴 합니다. 우리는 지난해 이미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마무리지었습니다. 협정을 앞두고 있는 일본과 상황이 다른 셈입니다.
 
그런데 한 권한대행이 이미 마무리지은 SMA를, 미국의 요구대로 재협상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한 권한대행이 인터뷰에서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의지를 시사했다'고 보도한 건데요, 관세와 안보는 별개 사안이라는 정부의 기본 입장을 뒤집은 겁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관세 협상에 대한 '속도 조절론'이 강하게 제기되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이 자칫 '월권'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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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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