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가 1800만명을 넘기며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업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외화 의존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실시간 결제·정산 등 금융 혁신을 위한 법제화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등록된 계정을 보유한 투자자는 1825만명으로 전년 7월 대비 9.2% 증가했습니다. 국내 원화 예치금도 같은 기간 118.4% 증가해 10조7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2000억원, 전체 보유 금액은 각각 104조10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사진=뉴시스)
급격한 자금 유입과 이용자 확대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자산의 가치에 연동시켜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자산입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시세가 급변하는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일정한 가지를 유지하도록 설계돼 결제, 송금, 자산 저장의 수단으로 주목받습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와 유에스디코인(USDC)이 사실상 디지털 자산 시장 내 기축통화 역할을 수행 중입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운영을 법제화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기도 합니다. 미국의 '루미스-질리브랜드 결제 스테이블코인'과 EU의 '미카법'이 대표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결제 시스템의 자주성을 확보하고, 디지털 자산 시대에도 통화로서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현재 카카오페이·토스 등 간편 결제 서비스는 은행 연동 기반이기 때문에 24시간 결제 및 실시간 정산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경우 실시간 결제 및 자동 정산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소액 결제, 국경간 송금, 디지털콘텐츠 마켓플레이스 등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민간 중심의 금융 혁신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역외 스테이블코인을 우회 사용하는 경우, 자금세탁방지(AML), 국제부패방지기구(FATA) 기준 대응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공식적으로 발행되고 등록 구조가 마련될 경우 자금 추적과 국제 공조 기반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에선 최근 주요 은행을 중심으로 관련 인프라 구축과 실증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신한은행·NH농협은행·케이뱅크는 국내 최초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해외 송금을 하는 테스트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하나은행은 스테이블코인 거래 플랫폼 구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NH은행과 신한은행의 스테이블코인 기반 한일 결제 테스트 참여는 국내 금융기관이 디지털 결제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움직임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규제 체계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의 조화가 필수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지급수단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될 경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전파 경로를 약화시키고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 구성 방식과 관련, 발행사가 예금이나 국채 등을 보유하더라도 시장 충격에 대한 대응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합니다. 서 교수는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법적·제도적 틀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가상자산업계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이 없기 때문에 원화의 국제적 위상 확보를 위해 빠르게 입법을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회장은 "원화의 국제적 위상 확보, 디지털 금융 당국의 경쟁력 강화 및 고도화 차원에서라도 이번 스테이블코인의 별도 법안 입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인가제, 발행 규제, 공시 의무 등을 포함한 법제화를 추진 중입니다. 또한 오는 24일 '디지털자산 기본법 1호 법안 리뷰' 세미나를 열 예정입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투자자와 업계 관심이 높은 가운데 이날 관련 내용이 언급될지 주목됩니다.
2024년 12월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등록된 계정을 보유한 투자자는 1825만명으로 전년 7월 대비 9.2% 증가했다.(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