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뉴스토마토 강영관 기자] 다양한 밀키트와 냉동식품은 다자녀 가구인 우리 집의 필수 품목입니다. 플랫폼의 도움으로 배달 음식도 익숙해졌죠. 밑반찬들도 반찬가게에서 소포장으로 팔다 보니 자주 이용합니다. 코로나 이후엔 온라인 앱을 통한 먹거리 주문도 당연해졌습니다. 없는 살림에도 음식은 많아져, 날을 잡아서 냉파(냉장고 파먹기)를 해야 합니다. 이래서 우리 집 엥겔지수는 항상 높습니다.
30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작년 우리나라의 가구당 월평균 식품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4.4% 증가한 85만9181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같은 기간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 증가율인 3.5%보다 1%p가량 높은 수치입니다. 전체 소비 가운데 식비 지출이 더 늘어난 셈이죠. 음식에 지출하는 비용이 증가하면서 엥겔지수도 높아졌습니다. 작년 우리나라의 엥겔지수는 29.7%로 전년(29.5%)과 비교해 소폭 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엥겔지수 상승에는 외식 빈도와 비용 증가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가구당 식품 소비액 가운데 외식비 비중은 49.9%로 절반 수준까지 확대됐습니다. 외식비 비중이 늘면서 외식비용 역시 42만9000원으로 전년(40만8000원) 대비 5.2% 증가했습니다. 반면 신선식품 비중은 22.4%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감소했는데요. 가공식품 비중은 27.6%로 전년도(27.7%)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엥겔지수는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에 대한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엥겔지수는 낮아지고, 소득이 낮을수록 높아집니다. 또 국가 단위에서도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엥겔지수가 낮은 경향을 보입니다.
우리 집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엥겔지수가 꾸준히 높아지는 것은, 소득 증가가 미진한 상황에서 식료품과 외식 가격은 많이 오른 영향입니다. 2010년을 기준으로 2024년까지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32.2% 올랐는데, 농·축·수산물 물가는 62.8% 뛰고, 외식비 물가도 49.4% 올랐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실질임금이 하락하거나 제자리걸음을 했죠.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2024년 1인당 실질임금은 2021년에 견줘 0.73% 떨어졌습니다. 한마디로 먹고살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엥겔지수만 오른 게 아닙니다. 교육비와 대중교통비 등 생활 필수 분야의 가격 인상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이른바 가처분소득이 줄고 있습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4년제 대학 139곳 중 136곳이 등록금을 인상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26곳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수치인데요. 학생 1인당 연간 평균 등록금은 710만6500원으로, 전년 대비 4.1% 상승했습니다. 특히 사립대 등록금은 평균 800만2400원으로 4.9% 증가했고, 국공립대는 평균 423만8900원으로 0.7% 상승했습니다. 다자녀를 둔 저로선 부담스러운 소식입니다.
수도권 지하철 요금도 오릅니다. 서울시와 경기도·인천시·코레일은 최근 운임 조정안을 확정하고, 교통카드 기준 기본요금을 1400원에서 1550원으로 150원 인상하기로 했는데요. 청소년은 800원에서 900원으로, 어린이는 500원에서 550원으로 각각 인상됩니다. 다음 달 28일 첫차부터 적용됩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1.5%는 가계경제가 1년 전보다 악화했다고 답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큰 분야는 물가 상승(71.9%)이 대부분을 차지했는데요. 실질 소득 감소(11.9%), 일자리 부족·불안정(9.5%)이 뒤를 이었습니다. 물가가 가장 크게 오른 부문으로는 식료품·외식비(72.0%)를 가장 많았죠. 이어 에너지 비용(11.0%), 주거비(4.5%), 공공요금(3.4%)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살림이 빠듯하다는 이야기는 다른 데 쓸 돈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가계 소득 부진과 이로 인한 내수 침체의 악순환이 만성화돼가고 있습니다. 21대 대선주자들이 공통으로 서민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건 그만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의미겠지요. 차기 대통령은 민생경제 공약을 반드시 지켜 국가의 바탕이 되는 서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길 바랍니다.
강영관 기자 kw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