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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16일 16:2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2조5천억원 규모의 보통주 전량을 소각하기로 했지만, 관련 업계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파산보다는 인가 전 M&A 방식을 택한 이상 보유 주식에 대한 가치를 포기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뿐더러, 추가적인 부담 없이는 인수를 희망하는 원매자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16일 사모펀드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측은 삼일회계법인이 아닌 다른 회계법인을 통한 조사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이 지난 12일 홈플러스의 청산가치(3조7천억원)를 계속기업가치(2조5천억원)보다 높게 평가된 조사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회생절차 폐지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회생절차는 채무자의 사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가 계속할 때의 가치보다 크다는 것이 명백할 경우 폐지될 수 있다.
(사진=홈플러스)
MBK "대가 없이 물러나겠다"…업계선 "당연한 절차"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13일 서울회생법원에 인가 전 M&A 신청서를 제출했다. 회생절차 폐지를 막기 위해 M&A를 통해 외부자금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인가 전 M&A의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은 무상감자 또는 소각 과정을 밟게 되며 신주 발행을 통해 신규 자본을 유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영 실패로 인한 매각, 회생 절차의 일환이기 때문에 기존 대주주에게 매각 대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의 경우, MBK의 지분 소각으로 자본금 감소에 따른 부채비율 개선을 통해 인수자를 물색하는 것은 절차상 당연했다. MBK는 지분 소각을 결정하며 “대가 없이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업계의 반응이 싸늘한 이유다.
인수 가격이 1조원 미만으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향후 인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3조7천억원에 달하는 홈플러스의 청산가치에 비해 크게 낮아 채권단 동의를 얻기도 힘든 수준이기 때문이다. 법정관리 절차에서는 보통 인수 대금이 청산가치를 충분히 충족해야 회생계획이 인가되는데, 현재 업황과 실적을 감안하면 인수 희망자가 이보다 높은 금액을 지불하기엔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인수자 입장에서 MBK의 지분 포기는 당연한 수순일 뿐, 정작 중요한 것은 향후 투자 리스크와 잠재수익”이라며 “홈플러스 인수 후 경쟁력 회복까지 필요한 추가 투자 규모와 구조조정 비용, 노조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와의 갈등 해결 등 산적한 과제들을 고려하면 단순 지분 소각만으로 인수 매력이 크게 제고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인수 후보 거론되고 있지만…실제 가능성은 '글쎄'
홈플러스의 인수 후보로는 국내 유통 대기업 외에도 글로벌 유통사, 사모펀드(PEF) 등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관련 업계에선 MBK 측에서 홈플러스의 근본적인 경쟁력 한계를 감내할 만한 유인을 추가하지 않는다면 실제 인수까지 이어지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우선 국내 1위 대형마트 기업인
이마트(139480)의 경우, 전국 매장망 확대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이미 대형마트 업황 부진에 대응해 막대한 투자와 구조조정을 단행한 상태다. 홈플러스 인수에 따른 추가적인 재무 부담을 감수해야 하지만, 1강 체제를 굳혀가는 상황서 무리한 인수를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8.2% 증가한 1593억원을 기록했지만, 온라인과 해외 매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이마트가 굳이 오프라인을 강화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는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롯데마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홈플러스와의 점포 중복과 구조조정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 외에 거론되고 있는 네이버, 쿠팡 등도 비슷한 이유로 관련 업계에서 인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신세계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있어 굳이 업황도 좋지 않은 오프라인 유통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평가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도 M&A보다는 자체 성장 위주의 전략을 짜왔기 때문에 대형마트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나아가 쿠팡은 최근 미국 증시 안착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선 통매각이 아닌 물류센터 겸 오프라인 거점 확보 차원에서의 분리 매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알리익스프레스, KKR, 브룩필드 등이 거론되지만 이마저도 인수 가능성이 낮다는 진단이다. 전반적인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 기업의 국내 대형마트 인수에 대한 여론 및 규제 리스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기본적인 사업모델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장점보단 부담이나 위험이 더 크다는 인식”이라며 “MBK의 추가적인 희생이나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매각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