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 '7계단' 뚝…내란 탓에 '기업 효율성' 뒷걸음

한국, IMD 평가서 27위
'기업 효율성' 21계단 하락
대통령실 "내란 사태 영향"

입력 : 2025-06-17 오후 4:27:54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우리나라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69개국 중 27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해보다 7계단이나 떨어진 순위입니다. 경제 성과와 정부 효율성 분야에서 순위가 올랐지만, 기업 효율성과 인프라 경쟁력에서 전년보다 급락하면서 종합 순위를 끌어내렸습니다. 대통령실은 한국의 순위 하락에 대해 '내란 사태로 이어진 정치·경제 불확실성 탓'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민간 부문의 활력 저하가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마저 갉아먹으면서 새 정부의 세밀한 정책적 접근과 체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년 만에 '20위→27위'로 곤두박질
 
17일 IMD가 발표한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69개국 중 27위를 기록했습니다.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던 지난해(20위)와 비교하면 7계단이나 하락했습니다. 2023년 순위(28위)와 견주면 1계단 높지만, 1년 만에 7계단이나 떨어진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습니다. 
 
IMD는 매년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신흥국 등 총 69개국을 대상으로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개 분야를 종합 평가해 순위를 매기고 있습니다. 평가는 4대 분야 20개 부문, 337개 세부 항목으로 나뉘어 이뤄졌습니다. 이번 순위는 2024년 이전 통계와 올해 3~5월까지의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입니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 하락은 기업 효율성과 인프라 부문에서 급락하면서 전체 순위를 끌어내렸습니다. 기업 효율성은 지난해 23위에서 올해 44위로 무려 21계단이나 떨어졌고, 인프라 부문도 11위에서 21위로 10계단 하락했습니다. 
 
기업 효율성 내에서는 생산성(33→45위), 노동시장(31→53위), 경영 관행(28→55위), 태도·가치관(11→33위) 등 모든 세부 항목에서 떨어졌습니다. 특히 설문조사 결과 대기업 경쟁력, 고객 만족도 고려, 기업의 민첩성, 글로벌 인식 등에서 부정적 평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프라 부문에서도 기술 인프라(16→39위), 기본 인프라(14→35위), 교육(19→27위) 등 하위 부문 순위가 전부 하락했습니다. 특히 초중등 및 대학 교육 관련 평가가 크게 악화하면서 교육 경쟁력이 후퇴했습니다. 도시 관리, 유통 인프라, 디지털 인력 수급, 사이버 보안, 지식재산권 보호 등도 뒷걸음질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석열 탄핵 후 기업 심리 악화 영향
 
다만 경제 성과 부문은 16위에서 11위로 5단계 순위가 올랐습니다. 물가(43→30위), 국제투자(35→21위), 국제무역(47→34위) 등이 오르면서 전체 순위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상품 수출 증가율과 민간 서비스 수출 증가율이 각각 44위에서 10위, 62위에서 19위로 크게 올랐습니다. 
 
정부 효율성 부문도 39위에서 31위로 순위가 상승했습니다. 재정 부문(38→21위)의 순위 상승이 두드러진 가운데, 조세정책(34→30위), 제도 여건(30→24위) 등도 개선됐습니다. 설문조사에서 탈세의 경제 위협 인식, 연금 운용 안정성, 법인세 부담 인식 등 항목이 상승한 영향이 컸습니다. 
 
국가별로 보면 스위스가 작년보다 1계단 올라 국가경쟁력 1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최상위였던 싱가포르는 2위로 내려왔고, 3위는 홍콩이 차지했습니다. 아시아 국가로는 대만(6위), 중국(16위) 등이 우리나라보다 순위가 높았고, 일본은 35위를 기록했습니다. 
 
국가경쟁력이 1년 사이 급락한 배경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지난해 12·3 계엄과 탄핵 여파로 기업 심리가 악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순위 하락을 이끈 것으로 분석됩니다. 대통령실도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IMD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대해 "지난해 부진한 성과와 내란 사태로 이어진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국가경쟁력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관련 깊다"고 진단했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진짜 성장'을 강조했다"며 "이에 따라 이재명정부는 '진짜 성장'의 비전을 구체화하고 실행해 국가경쟁력 회복을 도모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기획재정부의 국가경쟁력정책협의회 운영을 활성화하는 등 국가경쟁력 및 대외 신인도를 높일 수 있도록 범부처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 첨단산업 패권경쟁 등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규제 완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기존의 낡은 규제를 걷어내고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을 해결해야 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국가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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