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삼성전자가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 TSMC 출신 직원을 새로 영입하는 등 미국 파운드리 조직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기본 연봉으로 최대 32만달러(약 4억5000만원)를 제시한 채용 공고까지 내걸었습니다. 영업력 강한 인재를 기반으로 미국 빅테크 업체들을 확보하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모습입니다.
삼성전자가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 (사진=뉴시스)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 반도체 법인(SSI)은 파운드리 경력직을 뽑고 있습니다. 모집 중인 파운드리 직무 3개 중 2개(파운드리 영업 및 사업개발 부장급 디렉터·팀장급 매니저)가 영업 관련입니다. 나머지 한 개는 엔지니어링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사 제품의 품질 관리를 책임질 수 있는 시니어 차장급 매니저입니다.
삼성전자는 디렉터에 최대 31만9800달러, 팀장급 매니저엔 최대 28만9050달러의 기본 연봉을 제시했습니다. 신규 고객 유치 등 성과에 연동해 보너스를 받게 된다면, 연봉은 40만달러(약 5억5000만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SSI가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높은 소득세율(최대 50.3%)을 감안해도, 실수령액은 한국 본사의 같은 직급 대비 높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파격적 대우는 파운드리 영업 조직 강화의 일환입니다. 내년 말에서 오는 2027년 상반기 내로 예정돼 있는 미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신공장 가동 시점에 맞춰, 파운드리에 제품 생산을 맡기는 엔비디아, 퀄컴 등 대형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하는 게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3월 TSMC 출신 마가렛 한 전 NXP반도체 글로벌 구매·조달부문 부사장을 미 파운드리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한 바 있습니다.
또 최근 브로드컴과 마벨 등 미 대형 팹리스가 주도하는 인공지능(AI) 관련 주문형반도체(ASIC) 시장이 확대되는 점도 영업력 강화의 한 이유입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ASIC 시장은 지난해 231억달러에서 오는 2034년 478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울러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최첨단 공정인 2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수율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대형 고객사 확보 목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올해 진행하기로 했던 1.4nm 시험 라인 구축을 연기하는 등 올해 말 양산을 앞둔 2nm 공정에 인력과 투자를 집중하며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수주 물량을 늘리려면 먼저 2nm 양산 기술이 탄탄하게 받쳐줘야 한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경쟁사인 TSMC도 올해 하반기 2nm 공정의 제품 양산을 준비 중입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의 고객사 확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