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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 4일 10:4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제이엘케이(322510)가 사모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서 자금 조달 목적에 관심이 쏠린다. 해당 CB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여서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에 의한 주식 전환 시에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 만큼, 사측은 저평가된 회사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받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반면 주식전환 시 신주 발행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기존 주주들은 비교적 충분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결정을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회사는 자금조달 사유로 일본 인허가를 내세웠는데, 지난해 대규모 주식가치 희석 부담을 떠넘겼던 유증 당시에도 글로벌 인허가가 사유로 기재했던 만큼 조달 자금의 세부 사용 목적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제이엘케이)
무이자 CB로 119억원 조달…주식전환 시 주주 가치 희석 불가피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이엘케이는 최근 119억원 규모의 제4회차 무기명식 무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전환가액은 6709원으로 전환에 따라 발행되는 주식 수는 177만3736주, 주식총수 대비 6.58% 수준이다.
해당 CB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0%로 책정됐다. 이는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향후 제이엘케이의 주가가 올라 전환청구 시기에 주식으로 바꿔 시장에 팔았을 때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인 만큼,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조건으로 볼 수 있다. 4회차 CB의 전환청구 가능 시점은 내년 7월2일부터이며,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은 2년 뒤인 2027년 7월부터 행사가 가능하다. 만기일은 2030년 7월2일이다.
다만 향후 투자자들의 바람대로 회사의 주가가 올라 주식 전환이 이뤄질 경우 기존 주주들은 신주 발행으로 인한 주식가치 희석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그런데 제이엘케이는 현재 재무안정성 지표가 양호하고, 보유 현금도 비교적 넉넉해, 회사가 주주가치 희석을 무릅쓰고 CB를 발행했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든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회사의 유동비율은 193.74%, 부채비율은 54.66%로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 매출 규모가 작고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긴 하지만, 현금및현금성자산 15억원, 단기금융상품 430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 8억원 등 총 453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연간 영업비용은 2022년 120억원, 2023년 96억원, 2024년 142억원 수준으로 집계되는 만큼 캐시 런웨이도 넉넉한 모양새다.
여기에 더해 회사는 지난해에도 491억원 규모의 유증을 실시해 주식가치가 희석된 바 있어, 재차 주식가치 희석 부담을 떠안게 된 주주들의 입장에선 이번 CB 발행을 납득할 만한 명분이 필요해 보인다.
제이엘케이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보유 자산이 있긴 하지만, 더 충분히 확보해 해외 진출을 잘 하자는 차원에서 진행이 됐다"며 "이번 자금 조달은 아주 좋은 조건으로 진행이 됐기 때문에 기관들이 회사를 긍적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부분에서도 괜찮은 딜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규모 유증에 이어 올해 자금조달 사유도 '인허가'
회사는 이번 CB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세부 사용 계획에 '연구개발 및 일본 인허가'를 명시했다. 연도별로 내년까지 49억원을 사용하고, 2027년 이후 70억원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 같은 계획은 지난해 유증 당시 밝힌 자금사용 목적에도 기재돼 있어 의구심을 더한다.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 중 시설자금 61억원을 제외하고 430억원이 운영자금(해외법인 운영)으로 기재됐고, 세부 항목엔 연구개발비용, 글로벌 영업 및 마케팅 강화, 글로벌 인허가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해당 자금은 회사의 현금성 자산 중 단기금융상품에 계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이엘케이가 지난 5월 공개한 IR 자료에서 일본 시장 진출 전략을 살펴보면 회사는 오는 2025년까지 뇌졸중 Full 솔루션 전체에 대한 인허가를 획득하겠다는 목표다. 회사는 지난 2024년부터 현재까지 일본 PMDA(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로부터 6건의 허가를 획득했으며, 올해는 4건을 신청해 2건의 허가를 획득하겠다는 계획인데, 여기에 지난해 유증으로는 부족할 만큼 자금이 많이 투입되야 하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제이엘케이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작년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미국 위주로 진행이 됐고, 올해는 일본 쪽이 빨리 되는 경향이 있어서 그 쪽으로 (자금 조달이)진행이 됐다"며 "PMDA를 포함해, 병원과의 계약, 설치 및 교육, 현지 유통망 운영, 인력 채용 등 마중물로 쓰일 비용들"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4회차 CB에는 주가 하락에 따라 전환가액을 조정하는 리픽싱 조항도 없다. 이는 주가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회사의 자신감, 혹은 투자자들의 강한 신뢰이기도 하나, 실제로 기대와 달리 회사의 주가가 떨어졌을 때에는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를 막을 여지도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