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 카드 K조선…기술이전·현지 투자 본궤도

한화·HD현대, 기술이전·현지 투자 확대
정부, ‘미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 제안
세계 1~2위 다투는 K조선, 핵심 카드로

입력 : 2025-07-29 오후 2:58:14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 카드로 떠오른 K조선이 기술이전과 미국 현지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정부도 기업들의 선제적인 투자에 관세 협상 카드로 수십조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나섰습니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K조선의 기술력이 관세 협상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면서, 투자 규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과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 스티븐 쾰러 제독이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들은 현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계열사 한화해운을 통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을 3480억원에 발주했습니다. 이는 46년 만에 미국 조선소에 발주된 수출형 LNG운반선으로, 미국 LNG운반 건조 역량을 확대해간다는 방침입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 약 1억달러에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현지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했습니다. 2035년까지 연간 건조량 10척 규모로 필리조선소에 투자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필리조선소 건조량은 연 1.5척 수준으로, 투자를 확대해 현지 사업 영역을 넓혀간다는 계획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2일 미 조선사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공동 건조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ECO 엔지니어 10명이 HD현대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를 찾으며 기술이전 및 공동 건조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지난달 전략적·포괄적 파트너십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2028년까지 ECO 조선소에서 중형급 컨테이너 운반선을 공동으로 건조하기로 협력한 바 있습니다. 
 
기업들의 선제적인 투자에 힘입어 정부는 관세 협상 카드로 수십조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민간 조선사의 대규모 현지 투자 및 대출·보증 등 금융 지원이 골자로, 정부는 현재 8월1일 관세 발효를 앞두고 막판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협상을 위해 지난 28일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관세 협상을 통해 미 조선 시장 진출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옵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MASGA에 미 정부가 큰 관심을 보인 것은 한국 조선업이 미국 조선업 재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이미 K조선이 미 조선업 관련 협력을 이어가는 만큼 정부가 도움을 요청하면 검토해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과도한 투자는 조선업체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먼저 제시한 안건이기 때문에 자세한 협의 내용은 아직 모르는 상태”라며 “미국과의 협력도 좋지만, 지속 가능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명신 기자
SNS 계정 :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