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통상 분야 전반이 고무된 분위기지만, 대미 주력 수출 품목인 철강이 협상에서 제외되면서 철강업계는 충격 속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입니다. 경쟁 국가인 유럽연합(EU)과 일본도 '50% 관세'는 똑같이 유지되지만 상황이 달라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해진 탓입니다. 업계는 2주 뒤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추가 협상이 진행되거나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오기를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철강 수출은 미국의 관세 인상 등 무역장벽이 강화되고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2.9% 감소한 27억2000만달러(3조7522억원)를 기록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산 철강 제품의 수출 비중(13.06%)이 가장 높은 국가입니다.
철강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공통 50%라 그나마 다행이지만 수치 자체가 높아 좋게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쿼터제로 관세 없이 수출하다 50%로 뛰었으니 미국 현지 기업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공급하게 된 상황”이라며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전 세계 공통 50% 관세라고 하지만, 한국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EU의 경우 아직 철강 관세 협상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국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50% 관세를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EU는 이 세율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향후 일정 수준까지는 관세를 면제해주는 쿼터제가 도입될 것이라고 밝혀 입장 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US스틸을 인수해 미국에 현지 생산 기반이 마련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2029년까지 미국 루이지애나에 현대차그룹 주도로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철강 공장 건설 등을 포함한 생산기지를 마련할 계획이지만 먼 미래의 일이라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결국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를 중심으로 미국 수출 물량이 많이 나가는 업체들에 대한 특별 운영자금 지원이나, 전기를 많이 쓰는 철강 업종에 대한 전기료 일시적 감면 등을 정부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EU가 후속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2주 뒤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추가 협상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상에서 쿼터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만큼 기존 쿼터제를 살리거나 일부 품목만이라도 관세 예외 품목으로 지정하는 방향을 기대하고는 있다”면서도 “다만 조선에 들어가는 철강의 경우 국내 조선사들이 국내에서 조립을 하기 때문에 조선과 연관 지어 혜택을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전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