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압승부터 수평적 당정관계까지…첫 시험대는 '세제개편안'

여당 내 '양도세 대주주 기준' 공방
정청래 "당에서 면밀하게 살피겠다"

입력 : 2025-08-03 오후 4:49:44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8·2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정청래 신임 민주당 대표가 만만치 않은 과제들을 떠안았습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압승은 물론, 수평적 당정 관계 구축을 통해 정국의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는데요. 여기에 8·15 광복절을 앞두고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정 대표의 숙제로 꼽힙니다. 당장은 여당 내부에서 공방이 확산되고 있는 세제 개편 논란을 수습하는 것이 정 대표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김병기 "재검토"→진성준 "반대"…정청래, 교통정리 '주목'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당대표로 취임한 이후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전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오늘은 전당대회와 관련된 것만 물어봤으면 좋겠다"고 말을 아꼈고, 같은 날 <KBS>와의 인터뷰에서도 "당에서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앞서 국내 증시가 지난 1일 하루 새 4% 가까이 급락하자 세제 개편 논란에 불이 붙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 국내 증시에 큰 악재로 작용한 것이란 분석인데요. 지난달 31일 발표된 정부의 2025년 세제 개편안에서 증권거래세를 0.05%포인트 인상하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 있는 내용들이란 지적입니다.
 
이에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억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 검토 등을 당내 '조세 정상화 특위' '코스피 5000 특위'를 중심으로 살피겠다"며 세제 개편안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과거 사례를 근거로 세제 개편안이 시행돼도 주식시장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지적인데요.
 
진 의장은 "지금 많은 투자자나 전문가는 주식양도세 과세요건을 되돌리면 우리 주식시장이 무너질 것처럼 말씀들하지만 과거 선례는 그렇지 않다"며 "국정과제를 실천하기 위한 재원 확보와 주식시장 활성화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원내대표의 재검토 발언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겁니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진 의원의 발언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특히 진 의원이 "저는 사실 주식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적인 양태는 잘 모르겠다"고 언급한 것까지 재조명되면서 당 지지자들의 분노를 키웠습니다. 세제 개편안을 두고 여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이소영 의원은 "10억원을 대주주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고, 이로 인해 얻을 실익(세수 효과)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정 대표로선 세제 개편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당내 의원들과 지지자들을 동시에 설득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논란 해결의 첫 단추는 정 대표의 정책위의장 인선이 될 전망인데요. 정 대표가 이날 신임 정책위의장에 한정애 의원을 임명하면서 진 의장의 임기는 종료됐습니다. 향후 한정애 신임 정책위의장의 판단에 따라 세제 개편의 방향이 달라질 전망입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당대표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전남 나주시 노안면 일대를 방문, 수해 피해를 입은 오이 농가를 방문해 복구 작업을 돕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국 사면' 문제도 고심거리…현재까진 "대통령 고유권한" 일관
 
세제 개편 외에도 '지방선거', '당정 관계', '조국 사면' 등 적지 않은 과제가 정 대표 앞에 쌓여있습니다. 특히 정 대표 체제의 운명을 좌우할 시험대는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민심의 평가를 받는 첫 전국 단위 선거인만큼, 결과는 단순히 민주당의 성적표를 넘어 이재명정부 초기 국정운영 평가와 직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당 활동의 모든 초점을 지방선거 승리에 맞추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당대표 임기 1년 중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인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할 경우 정 대표는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직 연임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정 대표가 당정 원팀 기조 아래 대통령실과 원활한 소통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립니다. 정 대표가 올해 추석 전에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한 검찰·언론·사법 등 3대 개혁 추진은 대통령실과의 긴밀한 조율이 필요한 일인데요. 고강도 개혁을 속도감 있게 마무리하길 원하는 당원들의 요구와 중도층을 포함한 국민 여론 전반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실·정부의 입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정 대표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다만 정 대표가 전날 당대표에 당선되자마자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서 낙마한 강선우 의원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며 "힘내시라"고 전한 것은 대통령실의 기류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조국 전 대표에 대한 사면 문제도 정 대표의 큰 과제 중 하나입니다. 정 대표는 당대표 후보 시절부터 줄곧 조 전 대표 사면 문제에 대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므로 당에서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도 이와 같은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정 대표 당선의 1등 공신인 민주당 지지자들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는 만큼 정 대표가 마냥 회피만 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는데요. 결국 적절한 시점에 당내 의견을 모으는 절차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최근 나온 여론을 보면 민심은 사면에 대한 찬반 응답이 팽팽했지만, 민주당 지지층에선 찬성 응답이 70% 이상으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지난달 31일 공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결과(7월28~29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무선 ARS 방식)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 77.7%가 조 전 대표의 사면에 찬성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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