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현장의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산업재해 근절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소설가 김훈은 “산업재해와 사망사고는 한국 기업의 불치의 풍토병으로 고착되었고 이윤의 미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이 풍토병은 광범위하게 확산돼왔다”고 통탄한 바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위해 최근 산재 사망사고 발생 현황과 양상, 업종과 해외 사례 등을 긴급 점검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_편집자 |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가 최근 3년간 매년 2000명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산업재해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업종별로는 건설업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이와 함께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매년 40%가량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산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22년 2223명 △2023년 2016명 △2024년 2098명으로 매년 2000명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산업재해자 수는 △2022년 13만348명 △2023년 13만6796명 △2024년 14만2771명으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재해율은 2022년과 2023년 모두 0.66%였으며, 2024년에는 0.67%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반면, 노동자 1만 명당 산재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사망만인율은 2022년 1.10퍼밀리아드(‱)에서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0.98‱로 다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별 통계를 보면, 고령 노동자의 산재 사망 비중이 해마다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4년 산업재해 사망자 중 60세 이상은 1107명으로 전체의 52.8%를 차지해 절반을 넘었습니다. 이는 2013년 29.8%에서 1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2023년에도 전체 사망자 2016명 중 60세 이상이 1051명(52.1%)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2022년에도 전체 2223명 중 1089명(49.0%)이 60세 이상이었습니다. 이처럼 고령층의 산재 사망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경기소방재난본부가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 현장에서 고립됐던 노동자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종별로 살펴보면, 건설업은 매년 가장 많은 산재 사망자가 발생한 분야로 집계됐습니다. 2024년 기준 건설업 사망자는 496명으로,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2098명 중 23.6%를 차지했습니다. 2023년에는 2016명 중 486명(24.1%), 2022년에는 2223명 중 539명(24.2%)이었습니다. 특히, 사고 사망자만 따로 보면 건설업의 비중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2024년 건설업 사고 사망자는 전체 업계 사고 사망자 수 827명 중 328명(39.7%)에 달했고, 2023년에는 821명 중 356명(43.8%), 2022년에는 874명 중 402명(46.0%)으로, 해마다 전체 사고 사망자의 40%가량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질병 사망자는 광업에 집중됐습니다. 2024년 질병 사망자는 전체 1271명 중 광업 종사자가 446명(35.1%)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2023년에는 1204명 중 421명(35.0%), 2022년에는 1349명 중 441명(32.7%)으로, 매년 전체 질병 사망자의 3분의1 이상이 광업 종사자에게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3년간 5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 비율은 매년 40%가량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산재 사망자 2223명 중 851명(38.3%)이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했습니다. 2023년에는 2016명 중 775명(38.4%), 2024년에는 2098명 중 799명(38.1%)입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직전인 2021년에는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2080명 중 721명(34.7%)이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에는 전체 산재 사망자 2062명 중 759명(36.8%), 2019년에는 2020명 중 775명(38.4%)이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여전히 전체 산재 사망자의 3분의1 이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해당 법이 적용되지 않았던 시기에도 유사한 수준의 사망자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지난달 29일 인천 송도 본사에서 연이은 현장 사망사고와 관련한 담화문 발표에 앞서 관계자들과 사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줄지 않고 매년 2000명대를 유지하자,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원청 책임 미흡, 인력·자원 부족, 하청 구조 등 산업현장의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 노조 관계자는 “그간 노동계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2인 1조 작업 원칙 도입 △외주 및 이주 노동 문제 해결 △정규직 채용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며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고령 노동자 보호를 위한 감독 인력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실질적인 사망사고 감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며, 형식적 조치에 그치지 않고 재정 투자와 작업 환경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업장에 안전보건 체계가 형식적으로 구축되는 변화는 있었지만, 실제 사망사고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인력과 시설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고, 노후 시설 교체나 안전장치 작동 시스템 개선 등도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단순한 형식적 조치가 아니라 실질적인 재정 투자와 작업 시스템의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반복적인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질 정도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끝으로 “사법부의 소극적인 처벌 경향도 문제”라며 “입법적 개입과 함께 실질적 안전 조치를 이행하도록 감독 행정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