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일용직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경우 유족급여 대상 근로자로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고용계약의 형식보다 실제 근로제공 관계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입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지난 9월12일 노동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부당이득징수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7일 공개했습니다.
A씨는 지난 2021년 6월 대구 달성군에 있는 회사의 유리창 청소작업 중 옥상에서 달비계를 타고 내려오다 로프가 끊어져 추락사했습니다. 이 작업은 해당 회사가 정비업체에 도급한 일로, 고인은 정비업체에 고용된 일용직 노동자였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시스)
A씨의 유족에게는 ‘업무수행 중 추락재해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인정돼 유족급여와 장의비가 지급됐습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2023년 3월 A씨가 ‘고용노동부 재조사 결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취소하는 부당이득징수결정 처분을 내린 겁니다.
법원은 A씨가 산재보험법의 적용 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도급 같은 계약 형식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더 중요하다”며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를 살펴야 하는데, A씨는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보험급여는 생활보장적인 성격 외에 재해보상에 대한 책임보험적인 성질도 가지고 있다”며 “이 사건에서 위험방지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었던 것은 회사이며 A씨는 보상 대상이 되는 근로자”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