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와의 전쟁)위험의 외주화…산재 사망, 절반 이상 하청업체서 발생

50인 미만 사업장 사망자 60% 내외
사망사고 원인, ‘떨어짐’이 가장 높아

입력 : 2025-08-06 오후 3:41:36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최근 3년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가 매년 2000명 안팎에 달하는 가운데,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중대재해 사고 유형이 떨어짐, 끼임, 부딪힘 등으로 나타나, 하청 노동자들이 주로 처한 작업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문가들은 하청 노동자에게 위험이 집중되는 ‘위험의 외주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원청 발주 방식 개선과 함께 안전관리 노력을 기울인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고용노동부가 낸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습니다. 안전보건 개선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업종 중심으로 사고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22년 재해 조사 대상 사망자 644명 중 388명(60.2%)이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 노동자였습니다. 2023년에는 전체 598명 중 354명(59.2%), 2024년에는 589명 중 339명(57.6%)이 해당 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사망사고 원인을 분석해보면 ‘떨어짐’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어 끼임, 부딪힘, 물체에 맞음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2022년에는 전체 644명 중 떨어짐이 268명(41.6%)으로 가장 많았고, 끼임 90명(14.0%), 부딪힘 63명(9.8%) 순이었습니다. 2023년에도 598명 가운데 떨어짐 251명(42.0%)이 가장 많았으며, 부딪힘 79명(13.2%), 물체에 맞음 67명(11.2%)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2024년 역시 떨어짐이 227명(38.5%)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물체에 맞음 83명(14.1%), 끼임 66명(11.2%)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러한 주요 사고 유형이 하청 노동자의 주된 작업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중대재해가 원청이 발주한 공사나 작업장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난 2월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구간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수색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험의 외주화’가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발주처인 원청이 공사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면서, 하청·재하청 구조를 통해 안전관리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 고착화됐다는 지적입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공사 기간이 촉박하거나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작업 속도를 끌어올리고 비용을 절감하려다 보면 불법 하도급이 발생하게 된다”면서 “결국 현장 가장 아래 파견 노동자나 외국인, 경험 없는 인력이 위험한 작업에 투입돼 사고로 이어진다”고 했습니다. 이어 “일선 노동자들의 안전에 신경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원청 등 관리자가 실질적인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인 중·대형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는 2022년 115명에서 2023년 122명으로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는 감소했음에도, 건설 현장에서의 사망사고는 늘어난 것입니다. 정부는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중간 규모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는 공사 기간 단축 압박을 지목했습니다. 
 
아울러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함께 계약 구조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하청 계약 시 안전관리비를 별도로 산정하고, 이에 맞춰 적정 근로자 수를 정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안전 비용을 별도로 산정한 기업에 일정 부분 책임을 감면해주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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