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올해에만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 노동자 4명이 숨지는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면서 포스코그룹이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안전 관련 태스크포스(TF) 구성과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 약속도 무색해졌기 때문입니다. 철강 50% 관세 폭탄으로 경영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급기야 ‘건설업 면허 취소’라는 초강수를 두자 포스코그룹은 사면초가에 몰린 모습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통령 강력한 경고…‘철퇴’ 예고
이재명 대통령은 6일 포스코이앤씨 공사 현장에서 잇따라 인명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건설 면허 취소·공공 입찰 금지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연속적인 인명 사고를 발생시킨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매뉴얼 준수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예방 가능한 사고는 아니었는지 면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최근 이 대통령이 직접 중대재해 사고 엄단을 주문했음에도 직후에 사고가 발생한 만큼, 사실상 최고 수준의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재계 관계자는 “대량 실업이 발생할 수 있어 건설업 면허 취소는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기존 건설업계에 내려진 가장 높은 처벌이 6개월 영업정지인 만큼 ‘면허 취소’ 언급은 최고 통수권자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고”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6개월 영업정지로 끝난다 하더라도 기업 이미지 실추 등을 고려하면 추후 계약 등에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업계에서는 범정부 차원의 고강도 제재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고용노동부가 즉시 작업 중지 조치를 하고 사고 원인 및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데다, 국토교통부도 포스코그룹에 대한 제재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 사항인 만큼 검토 중에 있다”며 “건설산업기본법에는 건설 과정에서의 부실 시공 위주로 규정돼 있다 보니 근로자 사망과 관련해 연관된 법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포스코는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당장 그룹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계속되는 중대재해 사고에 책임을 지고 전날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신임 사장으로 송치영 포스코홀딩스 그룹안전특별진단 TF 팀장(부사장)이 내정됐습니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야말로 난리”라며 비상 상황에 직면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건설 면허 취소와 관련한 대통령의 지시는 “오늘 처음 듣는 내용”이라면서도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에서 안전 대책에 미흡할 수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29일 인천 송도 본사에서 연이은 현장 사망사고와 관련한 담화문 발표에 앞서 관계자들과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사고만 5건…‘안전불감증’ 도마
이러한 해명과 달리 올해 들어 포스코그룹(포스코이앤씨 4건, 광양제철소 1건)에서만 5건의 현장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선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 사고, 4월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 사고와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 사고 등 올해 들어 발생한 사망사고만 네 차례입니다. 중대재해가 반복되면서 포스코 내부적으로도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관계자는 “실제 안전에 대한 고민보다는 형식적인 조치에 그친 것 아니겠냐”며 “노조는 현장 내부 열악한 시스템을 조합원을 통해 확인하는데 포스코는 노조의 출입을 허가하지 않고 사진 촬영도 못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내부 안전 문제를 은폐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노후화된 설비 탓에 노동자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철강 업황이 악화된 데다 미국 관세 충격으로 구조조정까지 이뤄지면서 내부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노후 설비를 보수하는 과정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적도 있다”며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보수해야 하는데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 노동자의 생명만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안전 전담 인력을 충분히 운용하지 못해 발생한 ‘인재’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0년 전 일본은 좁은 골목에서 근로자 한 명이 작업할 경우 옆에 감독관이 반드시 서 있게 하는 모습을 봤다”며 “위험 작업을 할 경우 반드시 2인 1조 시스템으로 가야 하는데 이번 포스코이앤씨 감전 사고의 경우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안전관리자에도 초급자가 있고 베테랑이 있는데 하청을 많이 주는 등 위험작업에 대해 비용을 절감하다 보면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포스코 같은 소유분산기업의 경우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다 보니 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전 관리도 소홀해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