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그늘진 차부품)①관세 15% 시대?…부품업계에겐 먼 얘기

관세 인하 협상 타결에도 관세 25% 지속 부과
관세 전가·단가 인하 압박…협력사 생존 위기

입력 : 2025-08-13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8월 11일 15:2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협의를 통해 완성차 관세를 25%에서 15%대로 낮추며 완성차 업계의 숨통은 트였지만, 자동차 부품업계엔 여전히 관세 부담이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멕시코·캐나다 생산거점을 활용하던 전략에도 관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완성차의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 전환과 애프터마켓 경쟁 심화가 국내 부품사, 특히 중소·중견 협력업체에 새로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IB토마토>는 완성차 업계와 달리 잘 드러나지 않는 부품업계의 구조적 부담과 기회 요인을 집중 취재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한미 양국이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한 지 수일이 지났지만, 수출 현장에서는 여전히 25%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올 2분기 미국발 고율관세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완성차 업계와 부품사들은 합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 채 발효 시점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특히 부품사들은 철강 등 품목별로 관세가 차등 부과되고 있어 정부의 외교 협상력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들. (사진=연합뉴스)
 
품목별 관세 '여전'…철강 관세 50%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품목별 관세 인하를 위한 행정명령을 언제 내릴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국 대통령실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며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내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 적용 시점은 불투명해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자동차 부품에 부과되는 품목별 관세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등 별도의 법적 근거로 부과되기 때문에 이를 없애려면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행정명령이 필요하다. 특히 자동차 부품의 핵심 소재인 철강에는 여전히 50% 관세가 매겨지고 있어 부품사들의 원가 부담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관세 인하 소식에 안도했지만, 여전히 25% 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발효만 기다리는 처지”라며 “행정명령이 하루빨리 내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관세 인하 발효가 이달 말 예정된 한미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상회담 전까지 행정명령을 미루고 있다는 의심이다. 만약 이 시점까지 지연되면 업계는 한 달 가까이 25% 관세를 더 부담해야 한다.
 
일본과 유럽연합(EU) 도 비슷한 상황이다. 양측 모두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동차·부품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발효 시점을 확정받지 못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9% 줄었는데, 그 피해액만 4500억엔(약 4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EU 역시 일부 품목에 여전히 27.5% 관세가 부과돼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부품업계 직접 효과 ‘미미’…오히려 단가 인하 압박 우려
 
국내 부품업계는 이번 관세 인하가 완성차 업체에는 숨통을 틔워줄 수 있지만, 부품사에 미치는 직접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현대차(005380)·기아(000270)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미국 관세 영향으로 영업이익 감소액을 각각 8282억원, 7860억원 등 총 1조6000억원 규모로 추산했다. 관세 인하로 향후 완성차 영업익 감소 규모는 줄어들겠지만, 트럼프 집권 전 한미 자유무역협상(FTA)으로 관세를 물지 않던 때와 비교하면 관세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부품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012330), HL만도(204320), 한온시스템(018880) 등 주요 1차 벤더를 거쳐 2·3차 중견·중소기업까지 완성차의 원가 절감 요구가 단계별로 하향 전가될 위험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안 내던 관세를 갑자기 25%를 내고 있으니 부품사에 단가 하락 압박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완성차업계의 '단가 후려치기'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전형적인 갑질이지만 이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부품사는 당장 밥줄이 끊길 수 있기 때문에 항의도 못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중국과 대만산 부품이 이미 한국 브랜드 차량 수리시장 점유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국내 부품사들은 관세 인하 국면에서도 경쟁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북미 독립유통망(IAM)에서 한국산 부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세 부담 완화 등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이경진 한국자동차부품협회 정책연구소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대차·모비스처럼 수직계열화된 구조에서는 1차 협력사에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이 압박이 2·3차 협력사로 단계적으로 전가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이어 "고율 관세가 지속되면 완성품 납품 대신 부품을 쪼개서 원재료 형태로 수출하는 방식이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1차사가 2차사로, 2차사가 3차사로 밀리는 구조가 형성돼 부품사의 부가가치와 마진이 줄어들 것"이면서 "영업이익률이 1차사 5% 미만, 2~3차사는 1~2%도 안 되는 현실에서 관세 부담은 중소·중견 부품사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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