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방미 일정 중인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한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이미 국내 증시에 약 38조원의 자금을 투자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블랙록이 보유한 국내 기업 지분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삼성전자로, 가치액만 25조원을 넘겼습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의 3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의 한 호텔에서 AI 산업 글로벌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래리 핑크 세계경제포럼(WEF) 의장 겸 블랙록 회장,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24일 국내 상장사 중 블랙록이 5% 넘는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업을 분석한 결과 블랙록의 지분가치 합산액은 전날 종가 기준 37조7692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 3332조원의 1.1% 수준입니다.
블랙록은 자회사인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 등을 통해 국내 상장사 10곳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삼성그룹 계열사 중에는 삼성전자(5.07%), 삼성SDI(5.01%), 삼성E&A(5%) 등의 지분을 갖고 있고 네이버(6.05%), 포스코홀딩스(5.2%), 코웨이(5.07%) 등도 보유 중입니다.
특히 블랙록은 하나금융지주(6.43%), 우리금융지주(6.07%), KB금융(6.02%), 신한지주(5.99%) 등 국내 4대 금융그룹 지주의 지분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블랙록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삼성전자가 25조4431억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는 이재용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 8조2509억원의 3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이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까지 합친 삼성 오너가의 합산 지분가치 24조5993억원보다 많습니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블랙록의 주식평가액이 큰 종목은 KB금융(2조8908억원), 네이버(2조2159억원), 신한지주(2조315억원), 하나금융지주(1조6393억원), 우리금융지주(1조1929억원), 포스코홀딩스(1조1715억원) 등 순이었습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블랙록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할 정도의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슈퍼 독수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최대주주 측 지분이 20% 수준에 불과한 삼성전자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블랙록을 우호 지분으로 지속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한편,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방미 첫 일정으로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핑크 회장은 한국이 아시아 지역의 ‘AI 수도’가 될 수 있도록 글로벌 자본을 연계해 ‘대규모 투자’ 등 적극적인 협력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