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재생에너지와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세계 시장에서 초고압직류송전(HVDC) 도입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전력 공급 방식인 교류(AC) 대신 직류(DC)가 주목받는 이유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재생에너지 설비 대부분이 직류 송전 방식을 채택하는 만큼, ‘에너지고속도로’ 정책의 핵심인 HVDC 기술 국산화에도 속도가 붙는 추세입니다.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765kV 초고압변압기. (사진=효성중공업).
교류는 100여년간 효율적인 전력 전송 수단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디지털 전환과 재생에너지 확대로 한계점이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교류는 시간에 따라 크기와 방향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전류로 전압 변환과 장거리 운송에 용이합니다. 다만 교류를 직류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전력 손실이 발생하고 송전 거리가 멀어질수록 효율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교류 대신 전력 효율이 더 높은 직류 방식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전압을 올리기 어렵고 장거리 운송에서 단점이 있었지만 HVDC 기술이 개발되면서 이러한 단점도 보완됐습니다. HVDC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교류 전기를 직류로 변환해 송전한 후 목적지에서 다시 교류로 변환해 공급하는 시스템입니다.
특히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재생에너지 설비는 대부분 직류로 전기를 생산하거나 저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AI 데이터센터 증가로 전력 소모량이 늘어나면서 HVDC 제품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8년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30TWh(테라와트시)로 2025년 대비 3.7배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서해안에 대용량 전력망을 구축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기술 확보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국내에서는 소용량 기술이 대부분이지만 히타치, 지멘스, GE 등 글로벌 기업들은 2GW급 대용량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최근 대용량 전압형 HVDC 변환용 변압기 개발 수행 기업사들을 선정하고 2027년까지 관련 기술 개발을 완료할 방침입니다.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도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효성중공업은 3300억원을 투자해 2027년까지 2GW급 대용량 전압형 HVDC 국산화 기술을 개발하고, 경남 창원에 HVDC 변압기 전용 공장을 건립한다는 계획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기업들과 기술 협력에 나섰습니다. 회사는 히타치에너지와 함께 전압형 HVDC 변환 설비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용량 변압 설비에 대한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용량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변압기가 고전압에서도 버틸 수 있어야 한다”며 “변압기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