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김건희 특검과 내란 특검 모두 수사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 확보가 최대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김건희 특검은 피의자 사망 사건을 둘러싼 여론 악화를 진화해야 하고, 내란 특검은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외환 혐의 적용이라는 초유의 결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13일 김건희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KT웨스트빌딩 앞 인도에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받다 숨진 채 발견된 양평군 공무원 A씨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특검, 공흥지구 의혹보다 '수사 강압 논란'
13일 김건희 특검은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강압 수사 논란이 부각되며 수세에 몰리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양평군청 공무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겁니다. 사망한 A씨가 발견된 곳은 자택 인근입니다. 경찰은 부검과 필적 감정 등을 통해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입니다. 수사기관은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와 메모를 확보했으며, 필적이 본인 것으로 확인되면 강압 수사 논란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A씨는 윤석열씨 배우자 김건희씨의 모친(최은순씨)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공흥지구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실무자입니다. 특검은 지난 2일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A씨는 특검 조사 이후 불안한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건희 특검은 지난 7월 출범 이후 김건희씨 가족이 관여한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해왔습니다. 해당 사건은 2016년 양평군이 특정 민간사업자에게 개발 부담금을 감면해줬다는 의혹이 중심에 있습니다. 특검은 A씨가 당시 도시개발과 실무를 담당하며 내부 결재 과정에서 불법적인 승인 절차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망 사건으로 특검 수사는 돌연 정치 쟁점으로 비화했습니다. 여야는 각각 상반된 입장을 내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정치에 고인의 죽음을 악용하지 말라며 국민의힘에 경고했고, 국민의힘은 특검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앞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특검이) 결론을 정해놓고 진술을 끼워 맞추려 한 강압 수사의 결과"라며 "명백한 조작 시도이자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 역시 같은 날 기자들을 통해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치에 끌어들여 특검 수사를 흔들고 자신들의 죄를 피하려는 꼼수"라며 "국민의힘은 특검 흔들기를 멈추고 수사에 협조하라"고 밝혔습니다.
수사 환경도 순탄치 않습니다. 특검의 수사 기간은 길어야 12월 말 종료를 앞두고 있으며, 재판에 넘긴 19명에 대한 공소 유지와 남은 의혹 수사를 위한 인력 충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남은 기간 공흥지구 외에도 코바나컨텐츠 후원금 의혹, 전직 대통령 부부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병행해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석열씨가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환 의혹 수사 막바지…윤씨 기소 혐의 조율 중
내란 특검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씨에게 '일반이적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특검은 지난 6월부터 수사 범를 외환 영역으로 확대,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 등 군사행동 지시 정황을 조사해왔습니다. 일반이적죄는 외환죄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지만, 적용 요건이 명확해 기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죄목은 형법 제99조에 따라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국가의 안전을 해할 목적으로 적과 통모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최소 3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최고 무기징역이 가능한 외환죄 가운데 형량이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이보다 형량이 높은 외환죄 적용을 위해선 적국과의 통모 여부를 입증할 만한 명확한 증거 확보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특검 내부에서는 윤씨를 기소하더라도, 수사 종료 시점 등에 맞춰 그 시기를 결정하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검은 지난달까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외교·군 라인을 조사하며 북한 관련 군사정보 교류 의혹, 군사작전 기획 문건 작성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습니다. 조사 내용은 대부분 비공개지만, 특검은 수사 기록 검토 후 구속영장 또는 기소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검은 또 이날 무인기 침투 작전과 관련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소환도 예고하면서 계엄 선포 국무회의 라인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돌입했습니다. 국무위원과 군 관계자에 대한 조사가 대부분 끝나, 이번 달 안으로 외환 및 내란 혐의 전체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