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 차기 대표로 낙점됐던 구현모 전 KT 대표와 윤경림 전 KT 사장이 외부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당시 KT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냈는데 이는 사실상 직권남용 소지가 있는 만큼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으리라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국민연금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습니다.
구현모 전 KT 대표는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같은 내용을 밝혔습니다.
구현모 전 KT 대표가 21일 국회 과방위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해킹으로 망가진 KT의 본질적 원인은 지배구조에 있다"며 김영섭 대표 선임 이전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짚었습니다. 최 위원장은 구 전 대표에게 "국민연금이 왜 (구 대표의 재선임에) 반대했다고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는데요.
구 전 대표는 "황창규 전 회장도 동일하게 우선 연임심사를 받았던 정관에 따라 (본인이) 연임 도전을 했지만 대통령실에서 화를 냈다는 얘기가 있었고, 다른 후보들과 경선해 2022년 12월28일 또 대표이사 후보가 됐지만 국민연금이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부임 다음 날 곧바로 '소유분산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구 전 대표는 "KT 법무실에서도 직권남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고 봤다"며 "전날 부임한 본부장이 낸 자료라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구 전 대표는 이관섭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전달됐다고도 밝혔습니다. 그는 "(2023년) 2월 중순에는 당시 국정기획수석이었던 이관섭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는 사람을 통해 사퇴를 권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윤경림 전 KT 사장이 21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뉴스토마토)
2023년 3월 대표 후보로 선임됐던 윤경림 전 사장 역시 사퇴 압박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윤 전 사장은 "3월7일 후보자로 선임되자마자 시민단체가 고발했고, 다음날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수사가 착수했다"며 "이 정도면 명백한 압박이라 생각했다. 용산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빨리 사퇴하라는 권유도 여러 경로로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국민연금 관계자들은 사실 관계를 부인했습니다. 최민희 위원장은 "왜 반대했냐. 용산의 압박이 있었냐"고 질의했는데요. 서원주 본부장은 "그렇지 않다. 기자 질의가 있어서 원론적으로 대답했을 뿐"이라고 답했습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 역시 "그렇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에 반대했다기보다 지배주주가 있는 재벌과 달리 소유분산기업의 대표자 선임인 만큼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21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왼쪽)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사진=뉴스토마토)
국민연금의 이같은 반박에 당시 차기 대표로 이사회로부터 2번의 낙점을 받고도 물러난 구현모 전 대표는 외압에 의한 사퇴였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습니다. 구 대표는 "윤경림 전 사장은 완전공개 방식으로 경선했음에도 결국 사퇴 압력이 들어왔었다"며 "돌이켜보면 절차를 가지고 문제를 삼은 것이 아니라 결국은 개인을 가지고서 문제를 삼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