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ESS 경쟁…한전 1조원대 입찰 수주전

1차 입찰 결과 삼성SDI '압승'
비가격 지표 비중 확대 '유리'
정부 주도 ESS 사업 안정 영향

입력 : 2025-10-24 오후 2:26:29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국내 배터리업계가 한국전력거래소의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입찰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비가격 지표 비중이 기존 40%에서 최대 50%까지 확대되면서 국내 생산이 사실상 당락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힙니다. 앞선 1차 입찰에서 삼성SDI가 압승을 거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반격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사진=LG에너지솔루션)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540MW(메가와트) 규모의 2차 ESS 입찰을 이르면 이달 중 진행하고, 연말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총 규모 약 1조원 규모의 이번 사업은 2027년 12월 공급을 목표로 하며,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에게 중요한 수주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한전은 지난 9월 강남 코엑스에서 ‘2025년 하반기 ESS 중앙계약시장 사업자 간담회’를 열고 2차 사업 추진 방향을 공개했습니다. 화재 및 설비 안전성, 주민 수용성, 사업 준비도와 함께 특히 산업·경제 기여도를 중점 평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번 2차 입찰은 평가 기준이 국내 생산에 더욱 유리하게 바뀌었습니다. 산업과 경제 기여도 등 비가격 지표 비중이 확대되면서 국내 생산 여부가 당락을 좌우하게 됐습니다. 해외 생산 제품보다 국내 생산 배터리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는 의미로, 국내 생산과 국산 소재 조달 여부가 핵심 변수입니다. 
 
1차 입찰에서 삼성SDI는 전체 물량의 80%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삼성SDI는 고에너지 밀도형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로 ESS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삼성SDI 배터리가 들어가는 사업지는 진도, 고흥, 무안, 영광, 안좌, 읍동 등 총 6곳입니다. 울산공장에서 ESS용 배터리를 전량 생산해 국내 산업 기여도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울산 울주군 삼남읍 하이테크밸리 일반산업단지 3공구 사업장을 현재 66만5000제곱미터(㎡)에서 123만1850㎡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최근엔 한국전기안전공사와 ESS 생태계 구축을 위해 협력 관계도 맺었습니다. 
 
지난 20일 삼성SDI 기흥사업장에서 열린 'ESS 등 배터리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에서 박진 삼성SDI 중대형사업부장 부사장(오른쪽)과 김성주 전기안전공사 기술이사가 기념사진을 찍고있다.(사진=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은 제주와 광양 2곳에서 수주했습니다.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양산 중이며 글로벌 안전 인증을 통과한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 난징 공장에서 대부분의 배터리 셀을 생산해 산업 기여도 평가에서 불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중국 난징 공장에서 생산하던 LFP 배터리를 국내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오창공장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라인을 LFP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SK온은 최종 공급처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SK온은 서산공장의 전기차 전용 라인을 ESS 라인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미국 조지아 공장뿐 아니라 국내 서산공장에서도 LFP 양산을 추진 중입니다.
 
최근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과 체결한 대규모 ESS 프로젝트 경험을 기술 신뢰도 입증 카드로 활용할 계획이며, 서산공장에서 LFP 배터리 양산이 본격화되면 국내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됩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정부 주도 ESS 사업은 배터리 제조사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부상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사업은 대규모 물량과 안정적인 납품 일정이 보장된다”며 “기술을 검증받고 실적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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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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