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오는 29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7년 만에 조선소를 방문할 경우 단순한 정상외교를 넘어, ‘조선’이라는 산업 현장을 통해 한·미 경제 동맹의 방향을 다시 그릴 상징적 장면이 될 수 있어서입니다. 세계 1위 조선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조선 부흥(MASGA)’ 전략과 직접 맞닿을 경우, 조선업은 단순한 수출 산업을 넘어 양국 간 전략 산업 협력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 조선업. (사진=연합뉴스)
2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조선소 방문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은 국내 ‘조선 빅3’인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입니다. 이들 조선소는 모두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북 경주와 지리적으로 인접해 동선상 유리합니다.
특히 울산조선소는 경주에서 약 40㎞ 거리로, 귀빈 전용 시설과 헬기 이착륙장 등 정상급 방문객을 맞이할 인프라를 갖춰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평가됩니다. HD현대는 전날 헌팅턴 잉걸스와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북 경주에서 ‘상선 및 군함 설계·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 각서’를 체결하며 한미 첫 ‘군수지원함’ 공동 건조의 닻을 올렸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내 조선소 인수 또는 신설을 포함한 공동투자 및 엔지니어링 합작회사 설립을 검토 중입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로 평가받는 울산조선소는 ‘최고·최대’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안성맞춤”이라며 “미국 최대 방산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의 협업도 진행 중이라 동기가 상당하다”고 했습니다.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도 유력 후보로 거론됩니다.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한화필리조선소’가 MASGA 프로젝트의 핵심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어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 부흥’과 관련한 메시지를 던질 경우, 한화오션 방문은 상징성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최근 중국이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에 제재를 단행한 점과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외교적 균형을 고려하면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도 후보군으로 언급됩니다. 삼성중공업은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설비)와 LNG선 분야에서 독자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알래스카 자원 개발이 LNG 운반선 등 인프라 확장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기업인 신분으로 1998년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인 신분이던 1998년 당시 대우중공업(현 한화오션)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건조 중인 선박을 둘러보고 즉석에서 개인 요트를 발주한 바 있습니다. 한국 조선산업의 규모와 기술력을 직접 경험하는 계기가 되는 만큼 이번 방한에서도 트럼프의 지속적인 관심을 재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가 조선소를 방문할 경우 MASGA에 직접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방문은 단순한 기업 행사가 아니라 한-미 간 방산·조선 협력 지형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교적 이벤트”라며 “그동안 교착 상태였던 관세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변수는 짧은 방한 일정입니다. 1박 2일 동안 한미 정상회담·CEO 오찬·시진핑 주석과의 양자회담 등이 예정돼 있어 조선소 방문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국내 조선소 현장을 방문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